얼마나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내는 기업의 실적일까. 궁금증을 자아내지만 정작 이 회사 서비스는 아직 공개하지도 않았다. ‘드림웍스’ 창업자 제프리 카젠버그가 최근 만든 미국 콘텐츠 제작회사 ‘퀴비(Quibi)’의 실적이다. 디즈니와 유니버설, 알리바바 등 세계적 기업들이 ‘퀴비’ 투자에 뛰어들면서 총 10억 달러(한화 약 1조2000억 원)가 모였다. 내년 초 공개할 동영상에 벌써 광고 물량만 1억 달러(약1200억 원)를 계약했다. 할리우드와 실리콘밸리가 퀴비에 이렇게 주목하는 이유가 뭘까.
‘퀴비’는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이 제작할 동영상은 모두 편당 10분 내외다. 회사 이름도 ‘간편하게 즐기는 한입거리’라는 뜻인 ‘퀵 바이트(quick bites)’의 줄임말.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프리미엄 오리지널 콘텐츠’에 ‘숏 폼(short-from)’이라는 개념을 더했다.
‘스냅 오리지널스’라고 불리는 이 동영상들은 철저히 Z세대의 취향에 맞춰져 있다. 스마트폰을 일부러 가로로 돌리지 않고 보는 세로형 동영상으로 러닝타임은 5분 내외다. 세로의 긴 화면을 활용하기 위해 만화처럼 한 장면을 위아래로 나누는 파격적인 분할 편집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국내에서도 이미 10분 내외 분량으로 보는 웹드라마 등을 통해 꾸준히 짧은 콘텐츠 제작이 이뤄져왔다. 웹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2017년)의 누적 조회수는 1억 뷰를 훌쩍 넘었다. 최근 선보인 tvN ‘신서유기 외전: 삼시세끼-아이슬란드에 간 세끼’도 대표적인 숏 폼 사례다. 인기예능 ‘신서유기’의 시즌7 방송을 앞두고 파격적으로 단 5분 분량으로 편성했다. ‘숏 폼’은 이미 영상 콘텐츠의 러닝타임을 새롭게 정의하고 제작 지형을 바꿔놓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건국대 경영학과의 이승윤 교수는 “최근 콘텐츠의 러닝타임은 점점 짧아지고 편집도 빠른 호흡으로 변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이를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최적의 도구”라며 “앞으로 이 같은 ‘숏 폼’ 콘텐츠는 더욱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