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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식 앞둔 이동현 “돌아가고 싶은 순간 2002년”…父 얘기에 눈물

입력 | 2019-09-29 12:34:00

은퇴 기자회견 중인 LG 트윈스 이동현. © 뉴스1


은퇴식을 앞둔 LG 트윈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이동현(36)이 돌아가고 싶은 순간으로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던 2002년을 꼽았다. 아버지 얘기에는 눈물도 쏟았다.

이동현은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시즌 16차전을 앞두고 은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경기 후에는 이동현의 은퇴식이 진행된다.

지난달 27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 등판해 개인 통산 700경기를 채운 뒤 은퇴를 선언한 이동현이다. 이후 LG 구단이 이동현의 은퇴식을 준비했다.

LG 가을야구의 상징인 ‘유광점퍼’를 입고 회견실에 등장한 이동현은 “덥다”며 점퍼를 벗고 최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잠을 한 숨도 못잤다”는 그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두산전은 이동현의 은퇴경기이기도 하다. 류중일 LG 감독은 이동현에게 의미있는 은퇴경기가 필요하다며 이날 투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동현은 “19년 동안 LG에 있으면서 단 한 번도 허투루 마운드에 오른 적은 없었다”며 “은퇴경기이기 때문에 다른 때보다 더 전력으로 던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은퇴 선언 후 선수단과 동행했지만 공을 만지지는 않았던 이동현. 그러나 그는 “팀을 따라다니며 후배들에게 입만 풀었는데, 지금 몸 상태로 혼신의 투구를 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올 시즌 LG는 정규시즌 4위를 확정,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 은퇴하는 이동현에게도 뜻깊은 성적.

이동현은 “유광점퍼가 굉장히 무겁고, 무거운 의미를 갖는데 다행히 동생들이 은퇴를 위해 가을야구라는 선물을 주는 것 같다”며 “유광점퍼를 입고 뛰면 더 좋겠지만 동생들로 인해 명예롭게 은퇴하는 것 같아 영광”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팔꿈치 수술을 3번이나 받으며 “마지막 인대를 LG 트윈스에 바친다”는 명언을 남겨 LG 팬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던 선수 이동현. 말뿐만이 아니라 수술 후 매번 재기하며 팀에 기여했던 것이 이동현의 진가다.

이동현은 “두 번째 수술 후 야구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하늘이 도운 것인지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며 “그 분들이 준 힘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선배, 코치로 인연을 맺었던 현재 차명석 LG 단장과 김성근 전 감독의 이름을 읊었다.

김성근 감독에 대해서는 “문자를 주셨는데 한자라서 읽기 어려웠다”며 “불사조 같았던, 어리게만 봤던 선수가 은퇴한다니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씀해주셨다. 내 혹사 논란으로 질타도 많이 받으셨을텐데,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했다”고 전했다.

김성근 감독은 이동현의 2년차 시즌이었던 2002년 LG 사령탑으로 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끈 지도자. 이동현을 혹사시켰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으나 당사자 이동현이 그런 평가를 일축했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돌아가고 싶은 순간으로도 2002년을 꼽았다. 이동현은 “그때로 돌아간다면 몸 관리를 더 잘해서 한 점이라도 덜 내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 막바지에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경기 전 시구는 이동현의 아버지 이형두씨가 맡는다. 이동현은 홈플레이트에서 아버지의 공을 받는다.

이동현은 “아버지가 어머니랑 어렵게 사셨다. 예전에, 어느 집에 내 유니폼이 걸려있는데도 당신 아들이 이동현이라는 말을 못하셨다더라”며 “오늘은 아버지와 마운드에서 진하게 포옹을 하고 싶다. 그동안 어렵게 키워주신 아들이 이렇게 은퇴를 하는데, 내가 울었으니 부모님은 울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훔쳐내며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