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의 눈물’ 현장 가보니
2일 오전 전북 군산시 고용위기종합지원센터가 텅 비어 있다. 지난해 6월 국비 18억원을 들여 만든 이 센터에서는 취업 지원, 직업 훈련, 기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취업 실적은 저조하다. 군산=송혜미 기자 1am@donga.com
2일 오전 9시경 전북 군산시에서 기자를 태운 택시기사 A 씨가 말끝을 흐리며 말했다. 택시가 달린 도로 옆엔 신축 아파트 단지가 우뚝 솟아 있었지만, 단지 앞 상가 건물은 모두 텅 비어 있었다. ‘임대’나 ‘매매’가 크게 적힌 현수막만이 건물 곳곳에 나붙어 있었다. A 씨는 “공장이 빠져나가고는 아파트에도, 상가에도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황량하죠.” 창밖을 바라보던 A 씨가 덧붙였다.
2017년 제조업 구조조정으로 시작된 군산의 고용위기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침체 속에서도 조선소가 가동되고 있는 경남 거제시 등과 달리 군산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2017년 문을 닫은 데 이어 지난해 한국GM 군산공장이 폐쇄돼 산업기반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조선업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군산에는 희망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마르지 않는 군산의 눈물
2일 군산시내에서 만난 김모 씨(42)도 최근 외국계 중소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에 다니다 일자리를 잃었다. 회사가 공장 철수를 결정하면서 직원 7명에게 퇴사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씨는 군산에서 당장 일을 구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김 씨는 “군산에는 영세업체만 남아 이직을 해도 월급이 반 토막이 난다”며 “시내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아내는 군산에 남는 대신 주말부부를 각오하고 다른 지역에서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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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감 찾아 지역 떠나는 중년들
군산시내도 좀처럼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었다. 군산대 인근에서 술집을 운영하다 4월 장사를 접은 황모 씨(41)는 “공장이 빠져나간 여파로 지역경제 전체가 무너졌다”며 “GM공장이 빠져나가고 매출이 반 토막이 났다”고 말했다. 건축회사 사무소를 다니다가 최근 실직한 고모 씨(53·여)도 “군산이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도시 전체가 너무 우울하다”고 전했다.
군산의 인구도 순감하고 있다. 2015년 전년도보다 300명 증가해 27만8400명을 기록한 군산인구는 2016년 이후 3년 반 동안 6900여 명 줄었다. 전출자에서 전입자를 뺀 수는 2015년 495명에서 지난해 2351명으로 약 5배 늘었다.
한국GM 군산공장이 떠난 자리에는 전기차 공장이 들어올 예정이다. 그러나 구직자들은 여전히 “군산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공장이 들어올 때까지 시간이 필요해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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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