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부터 불법 유흥업소 번창… 주택가 파고들자 주민들 불만 쌓여 올부터 구청-주민 합동 정화캠페인 배움터-커뮤니티 열자 분위기 일신, 올 카페 11곳 문닫고 건물주도 협조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16길 일대에 모여 있는 속칭 방석집들. 불법 유흥업소가 일반 가정주택들과 뒤섞여 있는 탓에 주민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영등포구는 이 일대에 마을도서관, 창업공간 등을 조성하고 골목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방식으로 나쁜 카페 퇴출에 나섰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나쁜 카페 골목 한복판에 있는 주민 모임 장소인 ‘당산커뮤니티’도 찾았다. 6월 영등포구가 임차해 문을 열었고 현재 새마을운동 영등포구지회가 운영 중이다. 이곳과 함께 주민들에게 반찬 만들기, 제빵 교육 등을 진행하는 ‘당산골 행복곳간’ 1, 2호점도 운영 넉 달째를 맞았다. 세 곳 모두 한때 ‘나쁜 카페’였던 공간에 들어섰다. 현재도 3개 시설의 맞은편과 옆 건물에는 나쁜 카페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주민들이 모이는 시설과 불법 유흥업소가 불편한 공존을 하게 된 건 영등포구가 올해 초 나쁜 카페 퇴출에 팔을 걷어붙이면서부터다.
지금은 대부분 쇠락한 방석집들은 수십 년 전 차가 다니는 대로 옆에 떼 지어 자리를 잡곤 했다. 방석집들이 이미 많이 사라진 2000년대 들어 당산1동 일대에 방석집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1996년부터 이 동네에 거주한 김재희 씨(45·여)는 “당시 소문에는 강서구 화곡동에서 장사하던 업주들이 하나둘 넘어왔다고 하더라. 얼마 안 가 없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계속 늘어났다”고 말했다. 방석집이 가정집과 뒤섞인 탓에 아이들 보기 민망하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낮에 주택 임차 계약을 했다가 밤에 와보고는 황급히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도 적잖았다. 주민들의 불만을 비웃듯 택시 타고 일부러 찾아오는 단골들도 생겨났다. 나쁜 카페는 2017년경 40여 개까지 늘었다.
영등포구는 관 주도가 아닌 주민과의 협업을 펼친 것도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3∼6월 매일 오후 10시부터 밤 12시까지 주민, 경찰, 영등포구 공무원 등 10여 명은 함께 ‘아이들이 안전한 세상, 우리 함께 만들어요’란 문구가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나쁜 카페 골목을 순회했다. 정화 작전이 본격화된 이후 나쁜 카페들은 11곳 문을 닫았다.
채 구청장은 “주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골목길을 조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문화의 거리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영등포구는 이달부터 문래창작촌 등 영등포에서 활동하는 청년 예술가들이 나쁜 카페 골목 일대 일반 소형 점포의 인테리어를 개선해주는 ‘아트테리어(아트+인테리어)’ 사업도 시작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