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2019KBO리그’ 삼성과 키움의 경기에서 5회초 삼성 강민호가 2루타를 친후 2루 베이스에서 키움 김하성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강민호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2019.9.5/뉴스1 © News1
베테랑 선수의 안일한 플레이 하나가 위기의 프로야구에 경종을 울렸다.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이하 한은회)는 지난 5일 이례적인 보도자료 하나를 배포했다. “kBO리그에서 활동 중인 현역 선수들에게 한국 야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줄 것을 당부한다”는 내용이었다.
선수 이름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누가봐도 삼성 라이온즈의 주장 강민호를 향한 메시지였다. 선배들은 얼마 전 나온 강민호의 황당한 플레이를 지적하며 후배들에게 한국프로야구가 위기 상황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
이에 한은회는 “도저히 납득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또한 올 시즌 KBO리그의 관중·시청률이 감소하는 가운데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해야 다시 팬들을 야구장으로 불러모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은퇴선수들이 모인 단체에서 후배 선수의 플레이를 공개적으로 질타하고 나선 것이다.
프로야구가 위기라는 말이 나온 것은 지난해부터다. 2017년 840만을 돌파하며 정점을 찍은 관중 수가 지난해 807만으로 줄었기 때문. 올 시즌은 4년만에 800만 관중을 돌파하지 못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올 시즌 관중 수 감소의 이유는 다양하다. KIA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 한화 이글스, 롯데 자이언츠 등 지방 인기구단들이 나란히 하위권에 머문 것이 치명타였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팬들은 프로야구 수준의 저하를 관중 감소 이유로 꼽기도 한다. 메이저리그 시청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팬들의 눈높이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그러나 KBO리그 경기의 질은 그에 맞춰 향상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사회를 열고 경기력 향상 및 팬서비스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그 결과 지명권 트레이드,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등 의미있는 성과물들이 나타났다. 아직 프로야구선수협회와 합의해야 할 부분들이 있지만, KBO와 각 구단이 프로야구의 위기 상황을 피부로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떠올려보면 프로야구 인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선수들이 국내외에서 보여준 수준높은 플레이가 그 이유였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올림픽 등 국제 무대에서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올리고, 대표 선수들이 리그로 돌아와 열심히 뛰는 모습에 팬들은 열광했다.
강민호뿐만이 아니다. 선배들의 당부처럼 모든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프로로서 본분을 망각하지 말고 책임감을 가져야 프로야구가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다. 냉정히 따져 지금까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선수들의 몸값과 경기력이 정비례하지 않았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