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9일 서울 용산구 용산미군기지 내에 있는 한미연합사령부 건물. © News1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31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미군기지 조기 반환 문제와 관련 ‘우리 정부가 미국 측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에 견제구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데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논리다. (협상) 카드라면 손에 쥐고 있는 것이 맞지, 공개하면 더 이상 카드가 아니게 된다”고 선을 그었다.
전날(30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서울 용산을 비롯한 주한미군 기지의 조기 반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외교계 안팎에선 이에 대해 여러 해석이 붙고 있다. 위와 같이 미국 측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에 대응하려 한다는 분석부터 우리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미국 정부의 거듭된 우려에 목소리를 냈다는 시각도 있다.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일련의 상황에 있어 우리 정부가 항의성 대미(對美) 메시지를 냈다고 볼 수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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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전날(30일) 통화에서 “반환이 예정됐던 미군기지 80개 중 지금까지 54개가 반환됐고 26개가 절차를 밟고 있는데 속도를 좀 더 내겠다는 것”이라며 “최근 미국과의 안보 현안, 지소미아 종료 결정 등과 전혀 무관하다. 기존부터 다른 트랙에서 진행돼 오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일련의 사항은 모두 미 측에 통보돼 갈등사안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그럼에도 이번 미군기지 조기 반환 사안은 굳이 지금 발표해야만 할 사안은 아니라는 점이 눈에 띈다. 발표 시점이 묘하다는 뜻이다.
NSC상임위 결정은 외교부가 지난 28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불러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미국의 불만 표출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뒤 나온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경기 파주 캠프 보니파스 북쪽의 최북단 ‘오울렛 초소’를 찾아 북한 쪽을 살펴보고 있다.(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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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 후 미국에서 잇따라 불만이 나오고 있는데 이 상태를 방치하면 국내적으로 ‘복안도 없이 종결했다’는 공격을 받게 되고 이미 그렇게 되고 있기도 하다”며 “이에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잘못하고 있는 부분을 공개해 직·간접적으로 대내외 메시지를 보내고자 하는 의도로 읽힌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두고 우리측이 미군을 위해 간접적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양보했고 우리 국민이 겪는 불편과 손해 역시 엄청난 비용이자 방위비 분담임을 얘기하고자 한 기 싸움 성격도 있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청와대가 지목한 26개 미군기지는 미군 측이 환경오염 정화 비용 부담을 거부하면서 반환이 지연되고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청와대가 여러 번 “한미동맹에는 이상이 없다”고 강조함에도 위기설이 불거져 나오는 데에는 방위비 분담금, 지소미아 종료 등 양국이 얽힌 주요사안이 떠들썩하게 흘러감에도 불구하고 한미정상 간 이렇다 할 접촉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미정상 간 통화는 5월 7일, 만남은 지난 6월 30일 북미 정상이 판문점 회동을 할 때 함께 자리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기대를 걸고 있는 북미대화도 순탄치 않게 흘러가는 분위기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이날(31일) 담화를 통해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북한의 불량행동을 좌시할 수 없다”는 발언을 문제 삼으면서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으며, 우리로 하여금 지금까지의 모든 조치들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떠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