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1운동 임정 100년, 2020 동아일보 창간 100년] “왜인사주” 자백-日人논문 등서 확인… 일제 “한국인들 소행” 이간질 시도
1919년 3월 중순 이후 만세운동이 갈수록 격렬해지자 일본인들이 한국인이 사용하는 우물과 식품 등에 독약을 집어넣었다는 얘기가 나돌기 시작했다. 이는 곧 사실로 드러난다. 박은식은 저서 ‘한국독립운동지혈사’에서 평안북도 의주군과 용천군 등지에서 일본인의 사주로 우물에 독약을 넣은 일을 자백한 아이를 소개하고 있다.
저서에 따르면 용천군 용천읍 양시(楊市)에서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모든 우물의 물 위에 기름이 떠오르는 것이 발견된다. 이에 우물의 물을 모두 퍼내고 보니까 보자기에 싸인 약 한 덩어리가 나왔다. 마침 수상한 행동을 하는 아이를 붙잡아 신문한 결과 “왜인(倭人)이 한 번 넣는데 10원을 준다고 하기에 이런 일을 했다”는 자백을 받아낸다. 이 약을 검사한 일본인 의사는 ‘독약은 아니며 이질을 일으키는 약’이라는 소견을 냈지만 목격자는 우물 안의 개구리가 모두 죽었다고 증언했다.
생선, 소금 등 각종 식료품에서도 독약은 발견됐다. 평양 상인이 소금 한 되 속에서 4작(勺·1작은 10분의 1홉)의 백색 결정체로 된 약을 발견해 분석했더니 석질(石質)을 녹이는 약이었다. 이를 닭 네 마리에게 먹였더니 모두 즉사할 정도로 맹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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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이런 만행은 항일(抗日) 기독교 세력이 크게 자리 잡아 물리적 충돌이 심했던 북한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일제는 “독립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예수교인을 증오하기 위해 한 일”이라면서 한국인들의 소행으로 몰며 이간질을 시도했다.
안영배 논설위원 oj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