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장 초반 1% 넘게 하락하며 1970선까지 하락, 코스닥 지수는 2년 6개월여만에 600선 밑으로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진 1200원을 돌파하며 2년7개월 만에 최고치로 장을 열었다. 격화된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여파가 계속된 영향이다. 2019.8.5/뉴스1 © News1
미중 무역분쟁이 다시 격화된 데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 국가·수출심사 우대국)에서 배제하는 악재가 맞물리며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210원대로 직행했다. 전문가들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당분간 1200원대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1200원대 중반까지 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크게 낮춰 공시해 환율 전쟁의 서막을 알렸고,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여파가 계속되며 원화 약세 기조가 유지될 것이란 분석이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거래일대비 5.6원 오른 1203.6원으로 출발했다. 이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시작부터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진 1200원을 돌파한 것이다. 이는 1206.5원에 거래를 시작했던 2017년 1월4일 이후 약 2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중국당국이 위안화를 달러당 6위안으로 관리했던 기존 관례를 버리고 포치에 가까운 기준환율을 고시하며 환율전쟁의 ‘서막’이 열린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날 위안화가 급락한 것은 미국이 다음 달부터 중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관세 부과를 예고한 것에 대응해 중국당국이 위안화 안정 노력을 줄였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위안화 가치 급락은 미국의 높은 관세를 상쇄할 수 있어 중국 수출 기업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중이던 2008년 5월 이후 처음이다.
허정인 NH선물 연구원은 “위안화 환율이 포치에 가깝게 고시되며 미국과 중국이 환율 전쟁을 본격화했다는 전망이 나오며 우리 환율에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한국은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아 격화된 미중 무역분쟁이 원화 약세를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것도 원화 약세 기조에 한몫하고 있다. 일본이 지난 2일 일본산 전략물자 수출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하기로 결정하자, 한국 역시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빼기로 했다. 이러한 탓에 대외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상태다.
허 연구원은 “당국이 구두개입을 해도 환율이 진정이 되지 않고 있고 역내외에서 추격 매수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환율만 급등하면 문제가 없는데 증시에서 외국인이 주식을 많이 팔고 있어 당분간 환율 상승을 막을 재료가 없다”고 전망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도 “사실 지난 금요일 당국이 막판 미세조정을 했는데 상승 마감해 결국 1200원선이 뚫렸다”며 “시장에서는 1200원선을 넘었으니 어디까지 갈지 확인하고 싶어 할 것이고, 당국이 미세조정을 통해 누를 가능성이 커 앞으로 1200원 초중반 레벨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