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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옆 사진관]556년 전 ‘두부찜’ 진관사에서 재현, 어떤 맛일까

입력 | 2019-07-12 23:32:00


사찰음식 명장 제2호인 진관사 주지 계호 스님이 1463년 주지 성명 스님의 두부찜을 대중들에게 멧돌로 직접 갈아 재현했다.


1700년 사찰음식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천년고찰 진관사(서울 은평구) 향적당에서 ‘공덕음식, 두부’라는 주제로 ‘사찰음식 학술 세미나 및 전시, 시연 행사’를 11일 열었다.

‘두부’라는 주제로 사찰에서 전시를 가진 것은 두 번째다.

12일 오전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열린 사찰음식 시연 및 세미나에 앞서 참석자들이 천연오색종이를 뜯으며 개막식을 하고 있다.


“계미(癸未 세조 9년,1463년) 5월 15일 이백옥과 일암당 학전스님이 옛터를 돌아보며 진관동 유람하기를 청하기에 홍일휴, 김호생 등과 함께 진관사로 갔다.(생략) 진관사 성명 주지스님이 승려 수십 여명을 인솔해 떡, 국수, 두부, 밥을 해왔는데 홍일휴가 ‘두부찜’ 일곱 그릇에 밥과 국수, 어탕까지 여러 그릇을 먹고 술까지 곁들이니 승려들이 놀라워했다”
보한재집 6권(조선 전기의 문신 신숙주의 시문집)에 기록되어 있다.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진관사는 제사 음식에 사용할 두부 등의 음식을 만드는 조포사(造泡寺)이기도 했다.


이날 전시와 시연회에 소개된 두부 음식들은 사찰음식 명장 제2호인 진관사 주지 계호 스님이 1463년 주지 성명 스님의 두부찜을 조선시대 사신들을 접대한 ‘영접도감의궤’에 기록된 문헌을 바탕으로 대중들에게 멧돌로 직접 갈아 재현했다. 

12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열린 ‘공덕음식, 두부’라는 주제로 ‘사찰음식 학술세미나 및 전시, 시연행사’가 열렸다. 진관사 계호 주지스님이 맷돌에 콩을 갈아서 두부 를 만드는 전통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12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열린 ‘공덕음식, 두부’라는 주제로 ‘사찰음식 학술세미나 및 전시, 시연행사’가 열렸다. 사찰음식의 명장인 진관사 계호 주지스님(오른쪽)이 두부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를 소개하고 있다.



계호 스님은 “콩으로 만든 두부는 육식을 하지 않는 스님들의 일상에서 빠뜨리기 어려운 ‘소찬(素饌)음식’이자 뜻 깊은 재에 올리는 ‘전물(奠物)음식’이다. 두부 음식도 불가에서는 공덕을 베풀기 위해 재의 전물로 올렸고 도업(道業)을 이루기 위해 먹었기에 반드시 공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진관사는 오래 전부터 세시(歲時)인 섣달그믐과 정월 대보름 사이에 두부를 만들어 신도들과 나누며 그 공덕을 회향한 아름다운 전통을 지니고 있다.

결국, 모든 사찰음식은 수행의 공덕으로 이루어지기에 ‘공덕음식’이라 할 수 있다.

진관사는 제사 음식에 사용할 두부 등의 음식을 만드는 조포사(造泡寺)이기도 했다.

1930년대 진관사 오색두부전골은 해마다 섣달그믐께 삼각산 진관사에서 대시주자인 서울 삼각동의 이벽동댁으로 두부전골을 보냈다. 이상억 편저, [서울의 韓屋-홍문섯골 이벽동댁]

국가무형문화재 제126호 진관사수륙재 하단의 두부탕

섣달그믐에 진관사는 두부를 만들고 또 두부소를 넣은 만두를 빚어 묵은제사와 조왕불공을 한다. 묵은제사는 ‘묵은시식’이라고도 한다. 이는 민간의 제사와 관련되어 상단과 중단에도 진설해 공양을 올리지만 하단에 초점이 맞춰져 ‘제사’나 ‘시식’이라는 단어가 붙여졌다.

진관사에서는 해마다 섣달그믐에서 정월 대보름 사이에 두부를 만들어 여러 신도들과 두부를 나눴다.

두부채소탕

두부호박찜

두부무전

두부깻잎전병

구운두부찜

구운두부장아찌

큰스님 공양상

스님 찬상


진관사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26호로 지정되어 있는 수륙재를 봉행하며, 계호 스님이 음식을 포함해 수륙재 전반을 진두지휘한다. 수륙재란 물과 육지에 있는 외로운 영혼을 달래기 위해 치르는 불교의식이다.

시연회에 이어 열린 학술 세미나에서는 한국학대학원 주영하 교수의 ‘동아시아 두부의 역사와 문화’, 한국체육대학교 심승구 교수의 ‘조선시대 조포사와 진관사’, 박유미 교수의 ‘근대이후 두부의 추이와 사회 문화적 양상.일제강점기를 중심으로’, 정희정 교수의 ‘조선시대 두부음식의 문화’ 등으로 재미있는 두부에 얽힌 보따리를 풀어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