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개선 어떻게
우리나라와 호주의 최근 1년간 퇴직연금 수익률이다. 기준 시점이 우리는 지난해 말이고, 호주는 지난해 6월 말(호주의 회계연도는 7월∼다음 해 6월)로 조금 다르긴 하지만 우리가 ‘쥐꼬리 수익률’이라면 호주는 ‘대박’ 수준인 셈이다. 우리의 경우 최근 들어 성과가 가장 좋았던 2015년이 고작 2.15%다. 5년 수익률 역시 지난해 말 기준 우리는 1.88%인 반면 호주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9.0%로 극명하게 대비된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불만은 이렇게 수익률은 낮으면서도 은행이나 보험사, 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수수료는 매년 꼬박꼬박 떼어 간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수료 등 총비용부담률은 0.47%로, 전년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수익률은 한 해 새 1.88%에서 1.01%로 하락했음에도 수수료는 오히려 더 많이 챙겼다.
○ 프로 대 아마추어의 투자 성과
우리나라와 호주의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에서 가장 중요한 차이는 위험자산 투자 비중.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적립금 190조 원 가운데 실적배당 상품 투자 비중은 9.7%. 이 중에서도 주식형펀드 같은 실질적인 위험자산 투자 비중은 전체의 1.9%에 불과하다. 반면 5월 말 기준 호주의 적립금 1조7620억 호주달러(약 1454조552억 원) 가운데 위험자산 비중은 68%나 된다.
이런 자산 배분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한마디로 투자 의사 결정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달랐다. 우리는 DB(확정급여)형의 경우 회사 재무팀이나 인사팀에서 한다. DC(확정기여)형 가입자는 스스로 해야 한다. 이들은 모두 충분한 금융지식이 없는 아마추어들이다. 손실이 두려워 안전자산 위주로 투자할 수밖에 없다.
반면 기금형 제도를 도입한 호주의 경우 적립금 운용을 책임지는 수탁법인 이사회가 투자 의사 결정의 중심에 선다. 한 회사 단독으로 또는 여러 회사가 연합해 설립한 수탁법인이 내부 전문가 또는 외부 전문가를 활용해 투자 원칙이나 정책 등을 결정한다는 의미다. 이때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투자 비중 등 전략적 자산 배분의 큰 틀도 함께 정한다.
송 실장은 “수익률은 리스크를 감내한 결과라는 점에서 결국 전략적 자산 배분의 차이가 두 나라의 수익률을 결정했다”면서 “호주처럼 기금형 제도를 도입해 전문가들이 자산 배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지난해 뒤늦게나마 퇴직연금 기금형 제도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근퇴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 퇴직연금 가입자는 봉?
이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사업자별 7년(2012∼2018년) 누적 연평균 수익률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경우 최저 2.09%에서 최고 3.46%의 분포를 보이고, 실적배당형 상품은 최저 1.42%에서 최고 2.94%를 기록했다. 또 4월 말 현재 판매 중인 퇴직연금펀드 가운데 주식형은 상위 5%가 9.34%를, 하위 5%가 0.62%의 분포를 보여 수익률 격차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사업자들에 대한 감시와 견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인 수수료 부담과 수익률 향상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우선 회사 내에 퇴직연금위원회 같은 조직을 설치해 사업자들의 서비스 제공 내용이나 성과 등을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DC형 가입자들을 위해서는 투자 성과나 수수료 구조 등 투자 의사 결정에 유용한 정보를 비교하기 쉽게 공개함으로써 합리적인 선택을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