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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빅데이터로 빌라-‘나홀로 아파트’ 시세까지 척척

입력 | 2019-07-09 03:00:00

[한국의 프롭테크 스타트업]<4>부동산 가치평가 ‘빅밸류’




서울 중구에 위치한 ‘빅밸류’ 사무실에서 4일 만난 김진경 대표.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그동안 연립 다세대주택 보유자들은 시세 정보가 없어 담보대출을 받기가 어려웠는데, 앞으론 이런 상대적인 역차별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서울 중구 프롭테크스타트업 ‘빅밸류’ 사무실에서 4일 만난 김진경 대표(43)는 “앞으론 부동산 가치 평가가 통계학과 기계학습으로 보다 쉽게 가능해져 금융 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주택의 시세 데이터까지 은행 등 금융기관에 제공할 수가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2015년 창업한 빅밸류는 빅데이터와 알고리즘 기술을 기반으로 부동산 시세 정보를 제공하는 회사다. 기술을 개발한 지 만 2년이 지난 지난해에 1억2000만 원의 매출을 냈다.

빅밸류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부동산 가치평가 시스템은 정부개방 공간정보, 지적 정보, 건축물 정보 등을 수집하고 분석해 아파트뿐 아니라 단독·다세대주택의 시세 평가까지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빅밸류의 시스템을 이용하면 최소 3일에서 길게는 7일까지 소요되는 부동산 시세 평가 작업을 몇 초 만에 끝낼 수 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빅밸류는 지난 2년 동안 여러 장부의 데이터를 수정하고 가공해 정확도를 높였다.

“시세 평가의 기초가 되는 공공데이터는 아쉽게도 오류가 상당히 많습니다. 오래된 데이터의 경우 수기로 작성된 탓에 등기부나 건축물대장상 대지권비율이 잘못 기재돼 있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지금은 불일치하는 부분을 골라낸 덕분에 누구보다 정제된 자료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빅밸류의 기술이 금융권에서 상용화되면 연립·다세대주택이나 한 개 동의 ‘나홀로 아파트’ 보유자들의 고민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연립·다세대 보유자는 그동안 금융권에서 주택 담보대출을 받기가 어려웠다. 현재 50가구 미만 아파트 등은 한국감정원이나 KB부동산시세 자료에 포함돼 있지 않아서다. 지금까지는 이런 경우 건당 5만∼10만 원 수준의 감정평가 비용을 지불하고 전문 법인에 의뢰해야 했다.

올해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일환으로 은행업 감독규정도 완화돼 금융권에서 빅밸류의 데이터 활용 가능성이 더 커졌다. 지금까지는 은행업감독규정 시행세칙에 따라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업무과정에서 국세청 기준시가, 감정평가업자 감정평가액, 한국감정원 가격, KB부동산시세 등 4가지만 가능했다. 빅밸류는 하나은행, 신한은행에 먼저 연립·다세대주택 시세 자료를 제공할 예정이다.

기존 감정평가 전문가 및 기관의 업무를 침범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감정평가 업무를 대체하려는 게 아니다. 현재 데이터가 나오지 않거나 활용도가 낮은 영역에 진출해 금융기관의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선 이미 부동산 시세 평가 분야에서 빅데이터 및 알고리즘 활용이 상당 수준 이뤄져 있습니다. 빅밸류도 앞으로 다양한 금융기관으로까지 정보 제공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