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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공정위, 매사 ‘갑을 프레임’으로 보는 정치적 시각 버려라

입력 | 2019-05-28 00:00:00


어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정거래위원회와 서울대 경제법센터가 공동 주최한 공정거래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공정위의 정책을 평가하고 개선점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공정경쟁을 하자는 데 이의가 있을 수 없고,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열악한 위치에 있는 사업자를 막 대하는 이른바 갑질 횡포를 처벌해야 한다는 데 반대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어제 토론에서 공정위가 갑질 근절을 강조하는데 갑을관계가 뭔지, 이 프레임으로 정책에 접근해도 좋은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제기됐다. 현 정부 공정위의 정책 기조는 ‘대기업은 갑, 중소기업은 을’이라는 틀 속에서 대기업의 불공정 관행을 집중적으로 감시 처벌해 오고 있다. 한 발표자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큰 중소기업과 작은 중소기업,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사이에서도 발생하는 문제”라며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은 시장 왜곡을 불러오거나 시장 자체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맹본부와 가맹점 관계의 갑을 프레임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우리나라 가맹본부의 영업이익이 높지도 않은 데다, 외국 가맹본부보다 상대적으로 영업이익이 낮은 점이나 로열티라는 지식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 사업 풍토에서 물품 대금에 마진을 높게 붙이는 것을 가맹본부의 갑질이라고만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공정위가 상생관계를 독려한다는 명분으로 사업자들을 불러 표준약관을 만들라고 강요하거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일이 많아졌는데, 이에 대해서도 “정부가 나서서 영업 방식 또는 거래 방식을 표준화하면 사업모델의 혁신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충고가 나왔다.

갑을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을인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갑인 대기업을 응징하면 정치적으로 박수 받기는 좋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업관계에는 이런 흑백논리로 단순하게 접근할 수 없는 대목들도 적지 않게 있다. 거래관계를 일도양단 식으로 갑을로 나누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론 역학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관계도 많다. 공정위는 경제부처로 독과점을 막고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는 데 정책의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 갑을관계라는 단순한 사회적 잣대로 복잡한 사업관계에 무리하게 칼을 들이대면 정치적으로는 특정 진영의 환호를 받을지 모르지만 경제에는 해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