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측근들 “트럼프, 경제 피해 알면서도 묵살” 무역이슈로 인기 끈다고 판단하는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벌이고 있는 무역전쟁 때문에 글로벌 경제는 물론 미국 경제에도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정작 대통령 자신은 무역전쟁을 자신의 재선을 위한 카드로 생각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4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무역 이슈를 계속 부각시킬수록 인기가 높아진다고 생각해 어떤 경제적 희생이 있더라도 그가 중국을 향한 전쟁을 지속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보좌관이나 가까운 측근들에게 중국과의 고조되는 무역전쟁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부딪치는 것이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어서 정치적 기반에 도움이 된다”면서 “어떤 즉각적인 경제적 고통에 관계없이 2020년 재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 “난 일을 조금 색다르게 처리하고, 논쟁이 빚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중략) 언론이 항상 나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기사가 나가면 항상 손해보다는 이득이 많기 마련이다”라면서 비판을 받는 사안이라도 논란 자체가 큰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보여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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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무역전쟁을 ‘재선 전략’ 차원에서 벌이고 있다는 인식은 대통령 지지층인 미국 농가들이 등을 돌리고 경기가 악화해 결국 대통령이 자랑처럼 내세우던 경제적 치적이 사라져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라는 기존의 분석과는 다르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가 탄탄해 (전쟁에서) 미국이 유리하다”면서 무역전쟁을 계속하려는 의지를 보였지만 공화당 내부는 물론 백악관에서조차 대통령의 지나치게 국수주의적인 관점, 그리고 관세를 경제적 무기로 생각하는 신념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보좌관들이 있어 긴장감이 나돌고 있다.
앤서니 스카라무치 전 백악관 커뮤니케이션국장은 “이런 방향으로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는 여전히 매우 튼튼하다. 무역전쟁이 경제를 완전히 뒤엎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주식과 채권 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단합된 인상을 주기 위해 내부 단속에 나섰다. 일례로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미국 소비자들이 결국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지불하게 된다”고 인정하자 화를 내면서 그에게 전화했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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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이 재선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카드라는 인식은 다른 측근에게서도 나왔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게리 콘 전 NEC 위원장은 13일 밤 뉴욕에서 열린 한 공화당 모임에서 “무역에 관한 논쟁을 대통령이 2020년까지 끌고 가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무역 이슈가 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이슈라고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콘 전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을 ‘암을 반창고로 치료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하면서도 “미국 경제의 강점을 이용해 연임에 성공할 수 있다”고 보았다. “대통령이 실업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임금 상승률이 약 3%임을 의미하는 ‘3-3-3’ 기반 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사석에서 관세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한다는 경제학자들의 말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상쇄할)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는 경제학자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위험성을 다 알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모른체하고 있다는 의미다.
패트릭 J. 투메이 상원의원(공화·펜실베이니아)은 14일 기자들에게 관세가 중국과의 무역적자 폭을 줄이거나 중국의 수출에 타격을 주는 효과가 없다는 경제지표를 인용하면서 “이들 관세를 지불하는 것은 미국인인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관점을 이해하냐고 묻자 투메이 의원은 “이게 어떻게 작동하는지 대통령은 이해한다고 본다”면서도 “대통령에게 (알면서도) 왜 늘 같은 결론에 도달하는지 물어보라”며 더 이상의 답변을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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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