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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귀국한 문무일 “자리 탐한적 없어… 기본권 보호 빈틈 없어야”

입력 | 2019-05-06 03:00:00

“업무수행방식 변화 필요성은 동의” 개혁반대 아닌 법안 문제점 지적
대검 출근않고 여론수렴 주력
7일 참모회의 소집… 주내 간담회 “입장발표, 긴박하게 하지 않겠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항의하는 입장문을 낸 뒤 해외 출장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한 문무일 검찰총장이 4일 오전 8시경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총장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자리를 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인천=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에 대해 해외 출장 도중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한 문무일 검찰총장이 4일 귀국했다.

지난달 28일 출국한 문 총장은 에콰도르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추가 입장을 내놓기 위해 조기 귀국한 것이다.

문 총장은 주말인 4, 5일 대검찰청에 출근하지 않고 참모진과도 별도 회의를 하지 않았다. 대신 법무 검찰의 고위직을 지낸 법조인이나 사법연수원 동기 등이 문 총장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하면서 법안의 문제점이나 대응 방안을 조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총장과 가까운 법조인은 “귀국 직후 문 총장과 통화를 했다. 당장 사표를 던지기보다는 일단 중심을 잡고 여론에 대응하다가 다른 변수가 생기면 결정적인 카드로 사표를 던지려고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차분히 대응하는 것이 검찰 조직을 위해 더 낫다”는 대검 참모진의 건의를 문 총장이 일단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한 전직 고위 간부는 “개정안대로 검사가 1차 수사 종결권을 갖지 못한다면 현재 검사 권한의 90%를 가진 경찰 수만 명이 새로 생기게 된다. 그 많은 경찰을 통제할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검찰 내부도 차분한 분위기였다. 서울남부지검 강수산나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은 이른바 ‘위탁모 아동학대 치사 사건’을 예로 들며 경찰에 1차 수사권을 주면 안 된다는 글을 최근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렸다. 강 부장검사는 “지난해 11월 사건 발생 이후 검찰의 수사 지휘를 통해 위탁모의 학대 치사 및 추가 학대피해 아동 2명을 찾아냈다”면서 “검찰의 수사 지휘가 없었다면 암장(暗葬)됐을 사례”라고 적었다.

문 총장은 귀국 이후 첫 출근일인 7일 대검 참모 회의를 소집해서 기자간담회 형식과 내용, 일정 등을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안팎에서 수렴한 다양한 여론 등이 추가 입장 발표 때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르면 이번 주로 예상되는 문 총장의 기자간담회에도 정치권에서 법안 수정에 대한 움직임이 전혀 없다면 문 총장이 사퇴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

이에 앞서 문 총장은 4일 오전 8시경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자리를 탐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검찰의 업무 수행에 관해서 시대적인 지적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저 또한 업무수행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총장은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기는 경우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국가의 수사권능 작용에 혼선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개혁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의 내용 등을 문제 삼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3일 ‘조직이기주의’ 등을 언급하며 검찰의 반발을 경고한 데 대해 문 총장은 “옳은 말씀이시고 나름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총장이 확전을 자제한 것이다. 추가 입장 발표 시기에 대해 문 총장은 “긴박하게 하지는 않겠다”고 답했다.

정성택 neone@donga.com / 인천=황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