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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쑥 올라와 보여”… 속도 줄이는 佛운전자들

입력 | 2019-04-29 03:00:00

[동아일보 채널A 공동취재]‘3D 횡단보도’ 효과 주목



지난달 19일 프랑스 파리 외곽 퓌토시 장조레스초등학교 앞에 설치된 3D 횡단보도(왼쪽 사진). 시범 설치 초창기 횡단보도 앞에서 차량 속도가 줄어드는 교통사고 예방 효과를 냈다. 프랑스 북서부 도시 렌(오른쪽 사진)에서는 횡단보도 정지선과 횡단보도 사이에 여러 그림을 그려 운전자들의 속도를 미리 줄이게 하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퓌토=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렌 시청 트위터 캡처


지난달 18일 프랑스 파리 외곽 퓌토시 장조레스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 보행자가 없는데도 차량들이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한 트럭 운전사는 기자에게 “횡단보도가 쑥 올라와 보인다. 분명 일반 횡단보도와 다른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퓌토시는 지난달 이 초등학교 앞에 3차원(3D) 횡단보도를 시범 설치했다. 지난해부터 파리를 비롯해 남부 툴루즈, 서부 낭트, 북부 루앙 등 프랑스 전역에 3D 횡단보도 설치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3D 횡단보도는 착시 효과가 발생하도록 기존 횡단보도에 선을 추가해 횡단보도가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는 ‘트릭 아트(눈속임 예술)’의 일종이다. 프랑스 지방자치단체와 현지 언론들은 이 횡단보도가 실제 과속방지턱처럼 운전자가 차량 속도를 줄이는 역할을 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우선 안전 운행이 필요한 학교 앞이나 유동인구는 많으나 횡단보도가 좁은 곳부터 시범 설치했다. 3D 횡단보도는 10분 만에 설치가 끝나지만 일반 횡단보도보다 비용이 3배 정도 더 든다. 퓌토시에 설치된 3D 횡단보도에는 1800유로(약 230만 원)가 투입됐다.

토니 쉬르빌페라피드 퓌토시 경찰청 예방안전국장은 “최근 보행자들은 스마트폰 화면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길을 건너기 때문에 운전자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설치 한 달 동안 별다른 사고는 없었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은 3D 횡단보도의 사고 예방 효과가 구체적으로 입증되면 설치를 전면 확대할 예정이다. 하지만 3D 횡단보도가 설치 초창기에는 반짝 효과를 나타내지만 운전자의 눈에 익숙해지거나 이미 횡단보도를 인지했다면 별 다른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또 일방통행 도로에만 설치해야 하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파리 14구 레몽로스랑 도로에 설치된 3D 횡단보도 앞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알린 씨는 “지난해 3D 횡단보도를 설치하면서 신호등을 없앴는데 이후 사고가 잦아졌다”며 “빨리 신호등을 다시 달아야 한다”며 못마땅해했다. 이 밖에 북서부 렌에서는 3D 횡단보도 외에도 횡단보도와 정지선 사이에 여러 그림을 그려 운전자들이 미리 속도를 줄이도록 돕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프랑스에선 2017년 한 해에만 138명이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량에 치여 숨졌다. 피해자 중에서 절반이 넘는 수가 만 65세 이상이었다. 프랑스는 올해부터 횡단보도 2∼5m 앞에 폭 15cm의 흰색 점선을 그어 차량이 일찌감치 멈추게 하는 ‘범퍼 존’을 설치하도록 했다. 범퍼 존을 위반하면 벌금 35유로(약 4만5000원)에 처해진다. 다만 일반적인 정지선과 달리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거나 건널 의사가 없어 보일 때는 지키지 않아도 된다. 운전자가 정지선을 지키지 않다 적발되면 벌금 135유로(약 17만4500원)를 내야 한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