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타일러 윌슨은 올 시즌 5경기에서 0.26의 경이적인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도 2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하지만 승수와 안정감은 별개의 요소다. 개막 후 5차례 선발등판을 기준으로 윌슨의 평균자책점은 KBO리그 38년 역사상 가장 좋다. 부정할 수 없는 최고의 스타트다.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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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러 윌슨(30·LG 트윈스)은 0점대 평균자책점에도 5경기에서 2승만 거두며 ‘윌크라이(윌슨과 cry의 합성어)’로 불린다. 하지만 그의 시즌 초 기록은 이러한 불운이 덮을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이다.
윌슨은 16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7이닝 무실점 쾌투를 펼쳤다. 타선이 터지지 않으며 시즌 3승 사냥에 실패했다. 세 경기째 무실점 호투 중이지만 승리가 없다. 경기 후 류중일 감독이 “윌슨의 승을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밝혔을 정도다.
기록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야말로 리그 최고 수준이다. 5경기에서 34.2이닝을 소화하며 경기당 7이닝 가까이씩 던지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0.26으로 리그에서 압도적 1위다. 투구 이닝과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0.75)도 1위다. 26개의 삼진을 빼앗는 동안 볼넷은 7개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도 26경기에서 9승4패, 평균자책점 3.07로 준수했는데 올해는 더욱 강해졌다. 이쯤 되면 윌슨의 유일한 실점을 만들어낸 롯데 자이언츠(3월 29일) 타선이 놀라운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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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승수쌓기에는 실패하고 있지만 이는 앞선 사례들도 마찬가지다. 2007년 장원삼은 첫 5경기에서 1승만을 거뒀다. 밴헤켄은 4승 무패로 평균자책점은 물론 승수까지 잘 쌓았지만, 리오스 역시 2승1패로 고전했다. 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상대도 1선발이 나서고 타선이 대량득점으로 지원하기 힘든 환경이다. 자연히 승수를 쌓기가 어려운 것이다.
물론 윌슨은 지난해에도 불펜의 방화나 타선 지원 불발로 10승 고지에 오르지 못했다. 불펜이 그의 승리를 날린 것만 여덟 번에 달한다. ‘윌크라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하지만 윌슨은 늘 “승리는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애써 웃는다. LG가 올 시즌 가을야구를 꿈꾸는 것은 윌슨의 압도적인 퍼포먼스에 이러한 멘탈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