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씨는 5월 31일까지 광주 무각사 로터스갤러리에서 ‘진공묘유(眞空妙有)’를 주제로 전시회를 연다(사진). 진공묘유는 ‘진정으로 비어 있는 것은 묘하게 존재한다’라는 뜻이다. 그는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의 본질은 공(空)하다’는 선(禪)사상을 작품에 투영해 왔다. 이번 전시는 라 씨가 일관되게 추구하는 ‘공(空) 시리즈’ 열네 번째다.
수많은 점으로 이미지를 구성한 흑백사진들은 평소 눈으로 보는 사물의 본질에 대한 의구심을 표현하고 있다. 언뜻 보면 몽환적인 풍경을 그린 그림 같지만 흑백사진은 사실적인 풍경으로 다시 읽힌다. 안개 속에 드러난 소나무의 곡선, 어렴풋하게 보이는 정자와 나무는 작가가 오랫동안 천착한 한국적인 미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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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씨는 광주대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국내외 개인전과 초대전을 14회 열었다. 미얀마 주민들의 생활상을 담은 포토에세이 ‘하늘을 나는 새는 뼛속까지 비운다’를 비롯해 6권의 사진집을 출간하고 ‘사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전시회 개막 행사는 10일 오후 6시 열린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