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
운수권 제도는 항공사들 사이의 경쟁을 제약하는 만큼 항공료가 비싼 채 유지되기 때문에 소비자 편익 증진에는 한계가 있다. 이와 반대되는 제도로 항공 자유화(Open Sky)가 있다. 항공 시장을 완전히 개방해 항공사의 노선 및 운항 횟수에 대한 제한을 철폐하는 것이다. 일본이 대표적이다. 한국과 일본은 2007년 항공 자유화 협정을 맺었고 그 결과 항공사 간 경쟁 확대로 항공료가 하락했다. 이에 양국 간의 항공 여객이 크게 증가해 2018년 기준 일본 노선 여객이 전체 국제선 여객의 25%로 단일 국가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15일 한중 항공회담을 통해 양국 운수권을 총 70회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여객 노선은 기존 548회에서 608회로 10.9% 늘리는 단순한 내용이지만 세부적으로는 항공 자유화의 첫걸음으로 평가할 만하다. 과거 개별 노선의 운항 횟수까지 엄격히 제한하던 것을 권역과 공항 성격에 따라 크게 4개로만 나누고 운항 횟수는 총량으로만 관리하기로 했다. 유형 내에서는 자유롭게 노선 및 운항 횟수를 정한다. 항공사는 중국 노선을 다양화하고 여객 수에 따라 탄력적으로 취항 횟수를 조절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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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항공 정책 변화는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중국은 베이징 신공항을 포함해 대규모 항공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7∼12월)부터 신공항들이 문을 연다. 기존의 대형 항공사 보호 정책으로는 신공항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인접 핵심 국가인 한국과의 협력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기존 한중 항공회담은 대부분 한국이 먼저 요청해 이뤄졌으나 이번에는 처음으로 중국이 먼저 요청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후 얼어붙었던 항공 협력이 처음으로 가시적 성과를 낸 만큼 중국인 관광객 회복도 기대해볼 만하다.
중국은 2017년 기준 국제선 여객이 전체 인구의 4%에 불과하기 때문에 잠재 수요는 충분하다. 한국 항공사들은 중국 항공사보다 경쟁 우위에 있다. 2018년 기준으로 국내 항공사들의 한중 노선 점유율은 57.7%로 중국보다 높다. 이번 항공회담으로 인해 한중 노선 및 여객 확대가 예상되고, 이는 국내 항공사들이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