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수 삼은 ‘국가 대토론’ 효과 있는 듯 ‘국민 달래기’ 실패하면 5월 유럽의회 선거에 독될 수도
‘부자들을 위한 대통령’이라고 비난받아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민심 듣기’ 행보를 이어가는 덕에 지지율이 반등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지만 WSJ는 국민들에게서 들은 불만과 제안을 잘 처리하는 후속 작업이 없다면 오는 5월의 유럽의회 선거에서 당 의석이 줄어들 위험도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은행가 출신인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노르망디의 한 작은 마을에서 600여 도시들의 시장을 만났다. 대통령은 “(내가 온) 목적은 듣는 것이다. 시간이 많다”며 의료부터 자동차 속도제한까지 다양한 문제를 7시간 동안 밤늦게까지 들었다. 마크롱 대통령의 전국 순회는 ‘노란 조끼’ 시위 후 승부수 삼아 약속한 ‘국가 대토론’의 일환이다.
평소 마크롱 대통령은 ‘불통’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다 피알(PR)에 소질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여름 마크롱 대통령은 실업한 정원사가 어떻게 하면 일자리를 얻을지 호소하는 말을 싹둑 자르고 “솔직히 말해 호텔, 카페, 레스토랑들(이 있다)…내가 길 건너가서 찾아주겠다”고 말해 여론의 빈축을 샀다.
광고 로드중
마크롱 대통령은 지금까지 시민, 협회, 국회의원 등을 집이나 카페, 커뮤니티센터 등에 초청하는 등 10여 차례의 국민회합을 가졌다. 지난주 엘리제 궁에서 8시간 동안 진행된 회합에는 60여 명의 경제학자, 과학자, 철학자들과 함께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교수는 “이런 행보는 그(마크롱)가 지지도를 회복하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때로는 참석자들로부터 냉담한 대접을 받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지칠줄 모르고 자신의 정책을 옹호했다. 지난 1월 회합에서는 해결책을 제시않는 시위대를 비판하면서 “진정한 개혁은 의무와 함께 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의 민심듣기 행보가 어디 까지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로 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회유책을 많이 내놓았지만 공무원 수를 줄이고 실업급여와 연금제도를 개혁한다는 등의 생각은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국민과의 만남을 수주간 더 갖고 그간의 아이디어와 제안을 담은 보고서를 4월에 낼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다음에 무엇을 할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5월 유럽 의회 선거 전에 유권자들을 잘 달래야 한다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그렇지 못하면 그의 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는 포퓰리즘 정당들이 유럽 전역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상황에서 의석 여러 개를 잃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