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조사위, 중간조사 결과 시스템 통합제어-충격 보호 미흡 2017년 8월이후 21차례 화재, 정밀진단 통과 후에 불난 곳도 정부,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급급… 안전기준 없이 정책 펴다 화 초래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사위는 12일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과천청사에서 ESS 관련 기업 관계자를 대상으로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중간 조사결과를 전달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LG화학, 삼성SDI, LS산전 등 ESS용 배터리 생산과 시스템 설계를 하는 기업들이 참석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에 따르면 조사위는 “시스템 통합제어와 배터리 본체 및 보호장비 설계, 설치 및 운영 등에서 미흡한 점이 발견됐고, 이런 부분이 화재 원인이 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조사위는 당초 이달 말로 예정됐던 공식 결과 발표를 5월로 미루기로 했다.
2017년 8월 전북 고창군의 한국전력 실증단지에서 화재가 발생한 이후 올해 1월 21일 울산 대성산업가스 공장까지 ESS와 관련된 화재는 총 21번이나 발생했다. 조사위가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는 ‘시스템 통합제어 미흡’은 ESS의 핵심인 배터리와 배전반, 에너지관리 시스템 등 각종 주변 설비가 통일된 시스템으로 제어되지 않아 화재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또 배터리를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장치가 충분하지 않고, 배터리 셀과 모듈 자체에 결함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부실시공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20% 달성을 뜻하는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을 위해 안전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채 ESS 보급 정책을 무리하게 펼쳤고, 업체들은 점유율 늘리기에만 신경 썼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