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트럼프 1박2일 핵담판]두 정상 독대-친교만찬 ‘탐색전’
‘3+3 친교만찬’ 108분간 진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현지 시간)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에 마련된 만찬장에 나란히 앉아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리용호 북한 외무상(뒷모습 보이는 사람),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신혜영 북측 통역관,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이연향 미 국무부 통역국장,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참석한 만찬은 약 108분간 진행됐다. 하노이=AP 뉴시스
28일 본격적인 정상회담에 앞서 이뤄진 이날 회담과 친교 만찬(social dinner)은 톱다운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하노이 선언’의 최종 얼개와 내용을 결정하게 되는 사실상의 핵 담판.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다시 마주 앉은 두 정상의 미소 속에는 긴장감이 묻어났다.
○ 1차 때보다 높아진 초기 긴장감
평소보다 얼굴에 홍조를 띤 김 위원장은 자리에 앉은 뒤 “이런 훌륭한 회담 상봉이 마련되게 된 건 각하(트럼프 대통령)의 남다른 통 큰 정치적 결단이 안아온(가져온)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260일 동안 불신과 오해의 눈초리들이 있었고 적대적인 반응이 우리가 가는 길을 막으려고 했지만 우리는 이를 극복하고 마주 걸어서 하노이까지 왔다”고 했다. 그는 두 손을 모은 자세로 시선을 바닥으로 깐 채 “어느 때보다도 많은 고민과 노력, 인내가 필요했던 기간이었다”며 “이번에 모든 사람들이 반기는 훌륭한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경청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함께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말을 받은 뒤 “당신의 나라가 가진 경제적 잠재력은 믿을 수 없는 수준이고 굉장하다. 경제발전이 이뤄지기를 바라며 그렇게 되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어 있던 김 위원장의 표정이 풀리며 밝아진 것은 이 말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을 때였다. 영어 통역이 이뤄지기도 전에 의미를 알아들은 표정으로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눈을 맞췄다.
이날 두 정상의 만남을 지켜본 몸짓언어 전문가 앨런 피즈 씨는 로이터통신에 “지난해보다 관계가 진전됐음을 보여주기 위해 많이 연습하고 연출된 몸짓”이라고 분석했다.
○ “흥미로운 이야기” vs “환상적 결과로 이어질 것”
김 위원장이 “30분이라는 (일대일 회담) 시간 동안에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분이 그 대화를 들었다면 아마 (내용이 좋아서) 돈을 냈을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내일은 매우 바쁠 예정이어서 오늘 식사는 짧고 굵게 할 것이다. 28일 정상회담에서 많은 일이 풀려 나갈 것이고 환상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이며, 김 위원장과의 관계는 매우 특별하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 및 미국의 상응조치 수위와 내용이 ‘톱다운’ 방식으로 이뤄지는 만큼 이날 만남은 하노이 회담의 성패를 결정하게 될 중요한 첫 단추로 평가받는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28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만나는 자리인 만큼 (회담 의제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만찬 준비와 관련해 북-미 양측 실무자들이 모두 ‘최대한 간단한(super simple) 메뉴’를 주문해 셰프가 난감해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민감한 비핵화 의제가 논의되는 업무 만찬의 성격이 강한 만큼 화려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