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나는 고인과 몇 번 만나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비록 긴 시간의 대화는 아니었지만 우리나라 응급의료 분야 발전을 위한 결연한 의지와 열정은 누구보다도 강했고, 응급환자가 제때 꼭 필요한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선명한 화두를 항상 안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인은 2002년 보건복지부 서기관을 시작으로 2012년부터 중앙응급의료센터장으로 근무하는 기간 내내 한결같이 응급의료정책 발전을 위해 헌신했고, 전국 응급의료 종사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지난 20년간 괄목할 만한 개선과 진전을 이룬 우리나라 응급의료 현장 곳곳에는 그렇게 고인의 진한 땀이 배어 있다. 여러 선진국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구축, 응급의료기관의 상향적 개선을 위한 평가체계 수립, 신속한 중증환자 이송을 위한 닥터헬기 도입,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재난응급의료상황실 구축 및 운영 등 그의 손길이 닿은 일들은 일일이 손으로 꼽기조차 어렵다.
이를 위해서 다음과 같은 과제를 차분히 풀어 나가고자 한다. 먼저 정부는 응급환자가 발생한 현장에서 제때 응급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선의(善意)의 응급의료행위 형사면책을 추진할 것이다. 또 환자가 최선의 응급의료기관으로 신속히 이송될 수 있도록 의료 자원, 교통망 등 지역적 특성과 행정-소방-의료기관 간 긴밀한 연계에 기초한 ‘지역완결형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할 것이다. 중증 응급환자가 신속히 전문 진료를 받고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응급의료기관 간 기능도 재정립하고 외상센터, 심뇌혈관센터 등 전문 진료 역량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응급의료 현장의 진솔한 목소리를 반영하고 효과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중앙응급의료센터의 기능과 역할도 더욱 강화하겠다. 물론 이와 같은 노력이 알찬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의 든든한 지지를 기반으로 응급의료체계 주요 행위자 간의 촘촘한 연계와 협력도 필수적이다.
시간이 지나 어느 날, 윤 센터장이 천국에서 우리의 노력과 성과를 접하고 “그 말이 정말입니까?”라고 되묻도록 정부는 최선을 다하겠다. 이것이 고인이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영면하실 수 있도록 하는 남은 자들의 의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