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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北, 시장경제로부터 벗어날 수 없어…신흥부자들, 거침없이 소비”

입력 | 2019-02-15 11:46:00

공식부문조차 시장경제 원리 적용
국영기업 간부들, 당국에 뇌물주고 돈벌이
마피아식 보호세 최고위층 가족까지 이어져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받는 북한이 철저한 경제적 고립에 시달리기는 커녕 현대적인 소비생활을 누리는 계층을 가지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 매거진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가 발행하는 이 매거진은 최근 평양을 방문한 저술가 트래비스 제피슨의 “평양에서 쇼핑하기, 그리고 북한에서 자본주의 체험”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이 글에서 필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치하에서 민간 사업에 대한 규제가 거의 사라졌으며 장마당이 북한 내 모든 상품이 유통되는 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탈북자들에 따르면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살 수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다음은 그의 글의 주요내용이다.

“장마당은 최근 몇년 동안 북한 경제 발전의 뿌리가 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거침없이 소비수준을 뽐내고 있다. 몽블랑 시계, 레이번 선글래스, 버버리 상표 의복을 평양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북한 인구의 상당수가 극빈에 시달리지만 북한은 더이상 가진 자와 못가진 자로 나뉘는 단순한 사회가 아니며 다양하고 복합적인 사회경제적 계층 분화가 진행되고 있다. 평양에서 중상층 계층이 증가하는 현상이 가장 뚜렷하지만 공식, 비공식 교역이 활발한 중국 접경지역의 청진시와 같은 많은 다른 도시에서도 신흥 부자층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북한에는 인가된 시장이 400여곳이며 그곳에서 장사하는 상인은 60만명에 달한다. 가정소비품의 90%가 이들 시장을 통해 구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장마당 세대’라는 계층이 생길 정도다. 김정은 시대에 시장경제는 단지 허용되는 것을 넘어서 공식 부문을 잠식하고 있다.

북한은 새로운 규칙을 제정해 국가 목적에 동의하는 한 국영기업들이 ”주문계약“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주문계약은 국영기업이 고객과 협의해 가격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는 시장의 가격결정 기능을 인정한 것이다. 이런 변화는 특정 부문에 한정되지 않으며 수요와 공급의 경제가 국영기업 운영에도 적용되고 있음을 뜻한다.

북한 사회주의는 이제 시장경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 사회의 특징인 ‘출신성분’의 제약이 서서히 약해져 가고 있다. 한 탈북자는 성분이 부족해 평양에서 살지 못하던 자신의 부모가 평양 거주자격을 샀다는 사실을 증언했다. 평양의 최고 수준 음악대학에 입학하는데 필요한 뇌물 1만달러가 없어서 대신 매달 돈을 지불하고 평양에 있는 음악대학교수집에 거주하면서 피아노를 배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병연 서울대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들 평균 월급은 북한돈 2200원(26센트, 약 293원)에 불과하지만 장마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평균 17만2750원(21달러, 약 2만3700원)에 달한다. 북한에서 쌀값은 1kg에 4200원으로 51센트(약 575원)이다.

부유한 북한 사람이 남한에 망명한 자녀에게 매달 수천달러를 보내준다는 말을 탈북자들에게 들은 적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중상류층과 상류층 사람들이며 장마당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섬유나 식품을 전국적으로 거래하고 있다.

국영기업의 경영진도 원하면 돈벌이에 나설 수 있다. 당국자에게 뇌물을 바치고 이 당국자는 다시 상관에게 뇌물을 바치는 방법을 통해 ”인정을 받는다“. 이같은 연결고리가 최고 지배층의 가족에게까지 이어진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마피아의 보호세같다고 묘사했다.

대동강변에 있는 한 선술집은 모란봉악단의 음악이 들리는 것을 빼고는 시카고나 보스턴에 있는 고급 스포츠바와 똑같이 호화로웠다. 넥타이와 인민복 단추를 풀어놓은 북한 여피들로 북적거렸다. 이들은 ‘돈주’라고 불리는 사람들로 신흥부자계층이다. 명목상으로는 공식 부문에 소속돼 있으면서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고 다른 상인들로부터 임대료도 받는 사람들이다.

비핵화를 통한 경제개방에 대해 북한이 진정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큰 논란거리다. 가장 긍정적인 평가는 경제 자유화와 북한 외교정책의 최근 변화가 김정은이 북한을 개방하려는 입장임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시카고대의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덩샤오핑이 1979년 중국에서 취했던 방향으로 김정은이 움직이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강경파들은 미국이 다시한번 아무런 대가없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쪽으로 속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체주의 북한 정치 체제가 시장경제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여기서 복잡한 금융시스템을 장악한 ‘돈주’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들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기 어렵지만 한가지는 분명하다. 김정은이 돈주들에게 더 많이 의존하게 되면 돈주들도 김정은 체제의 생존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이 북한 체제에 불만을 가지기보다는 막강한 경제력을 가진 남한과 통일될 경우 자신들이 2등 시민으로 전락할 것을 우려해 현상유지를 더 바란다는 주장도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