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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북한 관심사항 논의하겠다” 친서 보내

입력 | 2019-01-28 10:15:00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관심사항을 논의할 수 있다”는 내용의 친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미국이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 완화 내지 해제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논의할 의지가 있음을 암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4일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은 자리에서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제재 해제 없다’고 강조하던 입장을 누그러트렸음을 시사한다.

이와관련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미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와 기존에 북한이 표명한 핵·미사일 시설의 폐기를 1단계 조치로 요구했으며 북한은 상응조치로 석유 수입제한 및 금융제재 완화, 제재에서 남북 경제협력을 제외할 것 등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또 “북한은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할 경우 영변에 대한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을 포함해 미국의 1차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면서 “미국은 신뢰구축 조치의 일환으로 평양에 연락사무소 설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8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일행으로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은 뒤 “큰 진전이 있었다”고 밝히고 즉석에서 친서를 작성해 김영철 부위원장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냈고 이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훌륭하다”면서 큰 만족감을 표시한 것은 이같은 진전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김영철 면담에서 미국의 북한의 관심사에 대해 전반적인 합의까지 이뤄내지는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믿고 인내심과 선의의 감정을 가지고 기다릴 것”이라고 발언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충분히 만족감을 표시하면서도 아직 미진한 대목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북미는 실무협상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2차정상회담의 의제와 합의사항을 조율해야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북한이 1차정상회담 실무협상 대표였던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대신해 김혁철 전 주 스페인대사를 실무협상 대표로 새로 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선희 부상이 실무협상에서 완전히 배제됐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다만 최부상은 지난해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을 앞둔 성김 미 주필리핀대사와 협상에서 강경 입장을 고수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었다. 북한의 실무협상 대표들이 재량권이 전혀 없다는 것을 감안할 때 실무협상이 진전되지 못한 책임을 최부상이 질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새로운 협상대표를 내세운 것은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1차회담과 달리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합의를 이뤄내려는 의지가 있음을 시사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처럼 실무협상의 분위기를 실무적으로 바꿔 조목조목 주고받기 협상을 진행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새 실무협상 대표로 알려진 김혁철 전 스페인대사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외무성에 여러명 있는 부상급 인물 가운데 한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40대 후반으로 비핵화와 평화체제 문제 등을 다루는 외무성 군축연구소에 재직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김혁철이 제네바 대표부에 근무하면서 군축문제를 다뤘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동명이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40대인 그가 부상급에 오른 것은 세대교체 과정에서 선두주자임을 뜻한다.

김혁철 대사는 김영철 부위원장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방미 결과를 보고할 당시 박철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통일전선부 부부장)보다 앞자리에 앉은 것이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서 확인됐었다.

한편 박철 부위원장이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와 실무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한때 있었다. 사실이라면 외무성을 대신해 통전부가 핵협상 전면에 나서는 셈이었다. 그러나 이후 김혁철 대사의 전력이 알려지고 그가 실무협상 대표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실무협상은 미 국무부와 북한 외무성 사이에 진행될 것이 확실시된다.

김영철 부위원장의 트럼프 면담에 배석한 박철 아태부위원장은 미 중앙정보국(CIA) 본 비숍 부국장과 카운터파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박철 아태 부위원장은 지난 18일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하기 직전에 비숍 부국장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CIA가 2009년부터 북한 군부 실세(김영철 당시 정찰총국장)와 접촉해왔으며 CIA 2인자인 부국장이 평양을 여러차례 방문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난해 1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은 이 정보채널을 통해 북한의 정상회담 의지를 최종 확인한 뒤 회담을 하기로 결정했었다고 WSJ는 전했다.

앞으로 CIA 부국장-박철 통전부 부부장 라인에서 북미 사이 쟁점을 큰 틀에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하고 문안을 만드는 실무협상은 담당 부서인 미 국무부와 북한 외무성이 담당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이 필요한 주요 사안들은 CIA-통전부 라인에서 다룰 전망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