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파동’ 정부대책 효과 의문]살균-세척기 갖춰야 유통 허가 업체들 “수억대 설비투자 부담”, 정작 안전성 확보 방안은 소홀 내달부터 산란일 표기도 의무화… 포장지 뜯기전 확인 못해 무용지물 유통기한 남아도 구매기피 우려도
24일 경기 연천군 안일농장에서 한 근로자가 계란 선별 작업을 하고 있다. 선별된 계란을 컨베이어벨트에 실어 보내면 세척과 살균 작업 등을 거쳐 출하된다. 연천=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지난해 개정된 축산물 위생 관리법에 따라 4월 25일부터 모든 가정용 계란은 세척과 선별 설비를 갖춘 ‘식용란 선별포장업체’를 거쳐 유통해야 한다. 각종 오염물과 살충제 잔류 성분 등이 남아 있거나 깨진 불량 계란을 유통 전에 걸러내겠다는 취지로, 계란 안전 대책의 핵심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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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대표도 최근 식용란 선별포장업 허가 요건을 맞추기 위해 1억2000만 원을 들여 검란기와 파각검출기를 구입했다. 농가나 유통 상인들은 선별포장업 허가를 받지 못하면 가정용 계란을 팔 수 없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설비를 구비하고 있다. 특히 대다수 유통 상인들은 농가와 달리 소규모 창고만 갖고 있어 설비 구입에만 수억 원을 들여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산란일이 며칠 지난 것을 가지고 소비자들이 덜 신선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이다. 계란의 권장 유통기한은 30일이다. 냉장 상태에선 40일 이상 두고 먹어도 된다. 하지만 산란일을 표기하면 최근에 낳은 계란을 골라 사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며칠 지난 계란은 유통 자체가 막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산란일 표시를 의무화한 나라는 없다.
김정주 건국대 명예교수는 “후진적인 계란 유통 구조가 계란 파동의 근본 원인인데, 이 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산란일 표시나 식용란 선별포장업 신설 등 변죽만 울린 대책을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공인된 집유장이나 도축장을 거쳐 유통되는 우유나 육류처럼 모든 계란이 모이는 ‘광역 계란유통센터’를 설치하고 냉장 유통 체계를 갖추는 게 계란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근본 대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 완료를 목표로 전국에 광역 계란유통센터를 짓고 있지만 현행 규정상으로는 수의사 검사 등을 통한 안전성 담보 장치가 없는 단순 집하장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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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