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에 전시된 명화 ‘비너스의 탄생’은 1480년대 중반 산드로 보티첼리의 작품이다. 5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름다움’의 기준이다. 가리비로부터 탄생한 비너스는 신이 분 바람에 의해 해안에 접근하고 있다. 대부분의 조개와 달리 가리비는 강력한 한 개의 패주(조개껍데기를 닫기 위한 근육)로 유영(游泳)한다. 나는 이 그림을 볼 때마다 보티첼리가 이 사실을 알고 그렸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부드럽고 단 느낌과 꼬들꼬들한 외투막, 오렌지색의 알, 검푸른 내장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부분이 식용 가능한 생물. 가리비는 전 세계인이 좋아하는 재료이기도 하다. 특히 중국에서 가리비는 고급 식재료 중 하나로 꼽힌다. 말린 가리비를 불려 수프, 찜과 덮밥 요리 등으로 깊은 향과 맛을 낸다. 유명한 ‘XO소스’의 주 재료이기도 하다.
프랑스에서는 성인 제임스 이름이 붙은 가리비요리(coquille saint Jacques)가 있다. 부드러운 가리비와 버섯 그라탱을 껍데기 위에 얹어 낸 요리다. 일본에서는 스시(초밥)의 재료로 가장 많이 쓰고, 말린 것은 술안주로 낸다. 내가 좋아하는 심플한 가리비 요리는 날 것이나 살짝 구운 것을 레몬즙을 뿌려 먹는 것이다. ‘카르파치오’라 해서 프랑스나 이탈리아 식당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요리다.
양식과 자연산이 다를 바가 없다. 껍질이나 형태가 깨진 곳이 없고 살짝 오픈 되어 있으면 신선한 것이다. 입이 많이 벌어지면 신선한 상태가 아니며, 완전히 닫혀 진 것은 죽은 것이다.
요리에 주로 쓰이는 가리비는 4~5년 자란 것이지만 자연산은 20년 정도 된 것도 있다. 같은 크기라면 좀 더 무겁고 표면이 윤기가 나며 패주의 색이 살짝 노란색이 도는 것이 신선한 상품이다.
가리비 수요가 증가하고 고가에 거래되면서 주산지인 해안에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의 어부들 간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 프랑스 정부가 가리비 보호차원으로 노르망디 연안에 수확 금지령을 내리자 영국 어부들이 프랑스 해안에 들어가 마구잡이로 포획 했다. 프랑스는 영국 어부들을 쫓아내기 위해 공포탄을 쏴댔다.
일본에는 홋카이도의 옛 이름 에조(蝦夷)에서 발견 돼 이름 붙여진 가리비 ‘미즈호펙텐 에조엔스츠’가 있다. 홋카이도 가리비를 떠올리면 옛 역사가 스쳐지나간다.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