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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변호 전우용“투기꾼, 자기 소유 건물 문화재 지정 아주 싫어해”

입력 | 2019-01-16 13:51:00

손혜원 민주당 의원. 사진=동아일보 DB


역사학자 전우용 씨가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 보도에 "투기꾼들은 자기 소유 건물이 ‘문화재’로 지정되는 걸 아주 싫어한다"라며 손 의원을 변호했다.

전 씨는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손혜원 의원이 목포의 오래된 골목과 필지를 보존하기 위해 애쓰는 건 진즉에 알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재작년에 손 의원과 페이스북 라이브로 목포 역사 이야기도 했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건물에 대해서도 그때 이야기를 들었다. '목포 역사를 지우려는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추진 중인데 그걸 막고 싶다. 마침 폐가로 방치된 건물 하나가 있는데 누가 사서 헐어버리면 골목 전체를 지킬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내 조카더러 시집갈 때 주려고 했던 돈을 미리 줄테니 들어가 살라고 했다' 등등. 만약 투기 의도가 있었다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이 사실을 자랑하듯 이야기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씨는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는 일에는 입 다물고 있는 게 현명한 선택이란 걸 너무나 잘 안다"라며 "하지만 연고도 없는 지역의 역사 경관을 살려 보겠다고 제 돈 들여 애쓰는 사람조차 변호하지 못하면 이 나라의 역사 경관이 건설업자들과 투기꾼들에 의해 소멸해 버리고 말 거라는 위기의식을 느낀다"라고 했다.

이어 "자기 소유지와 건물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되는 것이 이익인지 손해인지는, 건물주들이 잘 안다. 문화재 지정 공고가 나기 전에 구역 내 소유 건물을 팔아치우거나 헐어버리는 건, 투기꾼은 물론 보통 건물주의 ‘상식’이다"라며 "투기꾼들은 자기 소유 건물이 ‘문화재’로 지정되는 걸 아주 싫어한다. 그들은 문화재 가치가 있는 동산만 사지, 부동산은 안 산다. 그래서 도시 재생 사업 지구 내 문화재 가치가 있는 건물을 사들여 민간에 임대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주장했다.

전 씨는 "게다가 등록문화재 내부와 외관의 1/4은 현상변경 신고 없이 임의로 개조할 수 있다. 용도에도 특별한 제한이 없다.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건 문화재청이 권장하는 바이기도 하다. 사람이 이용해야 건물이 유지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SBS는 손 의원이 해당 건물에 ‘문화재 가치’가 있다는 걸 알고 자기 조카 명의로 사들였으며, 건물을 함부로 개조하여 오히려 건물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등록문화재 제도와 그에 대한 건물주들의 대응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깜빡 속을 만한 내용이다"라며 "SBS 취재진이 등록문화재 제도와 도시재생사업, 부동산 투기 사이의 관계에 대해 몰랐다면 너무 불성실하게 취재한 셈이고, 알고도 이랬다면 그 진짜 이유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전 씨는 서울 충정로에 있는 '충정각'이라는 갤러리 겸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언급했다. 그는 "'충정각'은 1902년 한성전기회사의 미국인 기사가 지은 집으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주택 건물이다. 들어가 보면 건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직접 볼 수 있다. 그 주변이 재개발 지구로 지정돼 곧 헐릴 위기에 처해 저도 어떻게든 살릴려고 노심초사했다"라고 말했다.

전 씨는 "3년 전쯤 재벌가 사모님이자 문화재 보호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는 분을 만났다. 그분께 염치불구하고 충정각을 단체에서 구매해달라고 사정했다. 그분이 실무자를 보내겠다고 했으나 실무자는 오지 않았다. 문화재 건물에 투기나 투자가치가 있다면 재벌들이나 전문 투기꾼들이 다 사들였을 거다"라고 했다.

이어 "SBS 기자들에게 좋은 ‘투자 대상’ 건물 하나 소개한다"라며 "부동산 투기하려면 목포 같은 작은 도시보다는 대도시 서울에서 하는 게 훨씬 낫다. 게다가 서울 중심부에 있는 건물이다. 충정각 건물 사서 문화재 지정 신청하면, 100% 지정되리라는 거 보증한다. 단, 문화재로 지정되면 건물 값이 오른다는 건 보증할 수 없다"라고 했다.

한편 전날 SBS '뉴스8'는 손 의원의 조카와 측근들이 2017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전남 목포 한 구역에 밀집한 9채의 건물을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이후 이 일대는 지난해 8월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건물 값이 폭등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후 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투기 목적 절대 아니다"라며 "허위 사실 유포로 고소하겠다"라며 투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손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선거운동을 도우러 목포시에 갔다가 목포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느껴 주변인들에게 집을 사게 했다고 전했다. 돈이 없는 조카에게는 1억 원의 개인 돈을 줘가며 목포에 집을 사게 했고, 남편에게도 문화재단 명의로 건물을 사도록 설득했다고 해명했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