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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만월대 터서 고려 황실 기와 굽던 ‘육요’ 확인

입력 | 2019-01-10 03:00:00

작년 11월 남북 공동발굴조사… 시기별로 다양한 양식 드러내




지난해 강원 평창군에서 열린 ‘고려건국 1100주년 고려황궁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발굴 특별전’. 2007년 시작된 만월대 남북 공동발굴조사는 2016년 북한의 핵실험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며 중단된 후 지난해 11월 재개됐다.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제공

고려는 ‘청자의 나라’로 알려질 만큼 뛰어난 공예기술을 자랑한 문화국가였다. 고려의 공예는 단지 청자뿐 아니라 궁궐 등 건물의 지붕을 장식하는 기와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지난해 11월 남북이 공동으로 발굴조사를 진행한 개성 만월대에서 고려 황실의 기와를 전담 생산한 6개의 가마터 ‘육요(六窯)’가 존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만월대 공동발굴조사에 참여한 이상준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장은 “지난해 진행된 8차 남북 공동조사에서 생산지와 생산자를 구체적으로 적시한 명문기와들이 대거 출토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생산지가 확인된 기와는 ‘적항(赤項)’, ‘덕수(德水)’, ‘판적(板積)’ 등 총 6종류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고려사에 기록이 남아있는 ‘육요’에 대해 청자를 만드는 기관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6곳의 생산지가 적힌 기와가 만월대에서 확인되면서 고려의 황궁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경북 경주시 현대호텔에서 10, 11일 열리는 ‘신라 왕경에서 고려 개경으로: 월성과 만월대’ 학술대회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와 경주시, 한국고고학회, 남북역사학자협의회가 공동 주최한다.

고려 황궁이었던 개성 만월대에서 출토된 ‘범어문수막새’.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400여 년간 황궁으로 사용된 만월대는 시기마다 달라진 고려기와의 양식을 모두 품고 있다. 고려 초기에는 통일신라와 유사하게 연꽃무늬 기와가 주로 사용됐지만 중기 이후부터는 평평한 면에 원형 돌기 문양을 새겨 넣은 일휘문(日暉文)수막새 등 독창적인 문화를 꽃피웠다. 원나라의 영향을 받은 후기에는 라마 불교의 문양인 ‘범(梵)’자를 새긴 기와도 발견됐다.

한편 만월대 내부에서 도교의 제사를 담당한 기관인 ‘소전색(燒錢色)’에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제기(祭器)도 출토됐다. 소전색은 복원궁(福源宮), 구요당(九曜堂), 대청관(大淸觀) 등의 도교 사원들과 함께 고려 때 설치됐지만 조선 건국 초 폐지됐다. 황실 전용 약국인 ‘상약국(尙藥局)’에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청자도 함께 나왔다. 이상준 소장은 “지난해 조사 결과 만월대의 중심 건축군에서 교차로 역할을 한 ‘공지(空地)’가 발견되는 등 고려궁성의 실체를 보여주는 유적들이 추가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