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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국 기자의 슬기로운 아빠생활] 변비와의 사투

입력 | 2018-12-12 18:28:00



변비. 고통스러운 그 고통. 아이를 낳고서야 유아 변비가 있다는 걸 알았다. 필자는 배변 활동에 큰 문제없이 살아온 처지여서 변비의 고통에 대해 잘 몰랐다. 하지만 아이가 변비와 사투를 벌이는 현장을 몇 차례 목격하고서는 ‘유아 변비는 더 고통스럽다’는 걸 알게 됐다.

하루는 집에 왔는데, 아이가 머리카락이 다 젖은 상태로 엎드려 자고 있었다. 목욕을 하고 머리도 안 말리고 자는가 싶었다. 아내는 “애가 똥(변)을 못 눠서 울다 지쳐 자고 있어”라고 말했다. 수차례 응가를 시도하다 실패를 했고, 변의 일부가 밖으로 나와 있는 상태에서 지쳐 잠든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어디선가 구수한 냄새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반듯하게 누워서 자라며 아이를 들어 눕히는 순간! 아이가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나도 놀래서 다시 엎드려 놨다. 곧바로 소강상태로 접어들던가 싶었는데, 괄약근에서 신호 또는 고통이 찾아 왔나보다. 대성통곡이 또 시작됐다.

육안으로 확인한 결과, 아이의 괄약근 근처까지 대변이 나와 있는 상태였다. “끙!” 힘 한번 주면 나올 것 같은데 그게 잘 안되나 보다. 변이 뭉쳐있고 점점 딱딱하게 굳어져가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는 더 힘들 수밖에 없다.

긴급 처방에 들어갔다. 포털 사이트를 찾아보고 동네 병원에도 전화했다. “답이 없다”는 것이 답이었다. 다만 “아이의 항문 근처에 오일을 발라주고, 변을 면봉으로 최대한 긁어내거나, 부셔보라”는 임시처방뿐이었다. 하라는 대로 했다. 아이는 오열했다. 대변이 보였다. 아이는 통곡했다. 대변을 긁어냈다. 아이는 난리가 났다. 대변 냄새는 지독했다. 아이는 몸부림 쳤다. 냄새는 참아야 했다.


세살도 안 된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한다고 해서 통하겠는가. 유산균을 먹여봤다. 유산균들이 대장으로 달려가 배변활동을 도우려면 시간이 한참 걸릴 것을 알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 아이가 탈진할까봐 물을 먹였다. 물을 먹을 힘조차 없는지 완강히 거부했다. 겨우겨우 먹였지만 아이의 변은 좀처럼 괄약근을 뚫고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이는 지쳐 또 잠이 들었다. 그렇게 두어 시간이 지났다. 보는 내가 다 미치겠더라. 뭘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무기력함 마저 들었다. 시간이 약이었다. “저대로 변이 굳어 버리는 건 아니겠지?” “계속 변이 쌓일 텐데 더 커져서 더 힘든거 아냐” “괄약근이 혹시…, 찢어…?” 아내와 별별 소리를 다 했다. 아이는 계속 신호가 올 때면 힘을 주긴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힘을 주는 시간이 짧아졌다. 체력적으로 힘든 것이다.

어딘가를 계속 잡고 응가를 하고 싶어 했다. 의자나 아빠손 등 뭔가에 잡고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모든 정신을 응가에 집중 시키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드래곤볼의 주인공 손오공이 원기옥을 모아 악당을 물리쳤듯! 온 몸의 기를 모아 “끄응”을 발사했다.

“응가 했어 으으흑” 흐느끼며 아이가 말했다. 너무 기뻤다. 구수한 내음이 코를 더 찔렀지만 그 자체로 행복했다. 아이는 언제 힘들었냐는 듯 “엄마 ~ 응가 했어요~”라는 환희의 찬가를 부르며 뛰어다녔다. 체력은 충분했나보다. 아이가 변비와 싸울 때 변비에 좋은 음식을 검색했다. 사람 체질의 차이도 있고 식습관의 문제도 있었겠지만, 물을 자주 안 먹였던 게 문제였던 것 같다. 아이는 밥을 먹을 때, 골고루 먹기보다는 밥이면 밥, 반찬이면 반찬, 국이면 국 하나를 집중적으로 먹는 스타일이다. 고기만 공략할 경우 식이섬유 부족 현상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은데, 차라리 물이라도 많이 먹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습관을 제대로 잡아주지 못한 미안함이 몰려왔다.

아이를 씻기면서 “응가가 안 나와서 힘들었지? 그러니까 앞으로 골고루 먹자~ 물도 많이 먹자~”등등 별별 소리를 다 했다. 흔쾌히 “네~” 했다. 응가를 시원하게 함에 따른 기분 좋음에서 나오는 “네~”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물론 식습관이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았다. 변비로 두어 차례 더 고생을 했다. 아이에게 가끔 “그렇게 먹으면 또 응가 안나와~”라고 하면 눈빛이 변하는 걸 감지하게 된다. 스스로도 고통을 아는 것일 테다. “아이는 잘 먹고 잘 싸는 것이 최고의 효도”라는 슬기로운 어느 아빠의 조언이 떠올랐다. 그래 어쨌거나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