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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에어포스원 타고 집으로 ‘마지막 비행’

입력 | 2018-12-07 03:00:00

워싱턴서 國葬… 텍사스에 안장
“우정과 헌신 일깨워준 최고 아버지”, 아들 부시 추도사 도중 울먹여
트럼프, 오바마 부부와 어색한 악수… 클린턴 부부엔 눈길도 주지않아




美 전-현직 대통령 한자리에 5일 미국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엄수된 후 육군 의장대가 관을 옮기는 동안 전현직 대통령 부부 등 조문객들이 가슴에 손을 얹고 애도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고인의 장남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부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부부. 워싱턴=AP 뉴시스

5일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장례식이 열린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추도사를 하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느라 고개를 숙인 채 입을 굳게 다물었다. 자신에게 따뜻한 기억을 심어주고 떠난 아버지를 그리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는 “아버지 당신은 그 이상의 삶을 살았다. 최고의 아버지였다”며 말을 잇지 못하다가 이내 고개를 들고 울먹이면서 “아버지는 로빈을 안고 어머니의 손을 다시 잡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빈은 3세 때 백혈병으로 숨진 아들 부시의 여동생이며, 모친 바버라 부시 여사는 4월 별세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고인의 생전 말을 인용해 “자녀들에게 물려줄 유산은 비싼 차와 두둑한 통장이 아닌 진정한 우정과 헌신의 가치를 일깨워 주는 것”이라며 “우리에게 그는 1000개의 불빛 중 가장 밝은 빛이었다”고 말했다.

2007년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장례식 이후 11년 만에 국장(國葬)으로 엄수된 이날 장례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부부가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하고만 어색하게 악수한 뒤 자신을 바라보는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지난 대선에서 맞붙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 쪽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공화당에선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와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민주당에선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의회 지도자들이 총출동한 통합의 장이었지만 트럼프와 클린턴 부부의 조우 장면은 갈라진 미국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옥에 티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정부 조문사절단 단장으로 장례식에 참석했다.

조사를 낭독한 역사학자 존 미첨은 부시 전 대통령이 한 백화점의 군중 속에서 선거 유세 도중 마네킹과 악수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불완전한 사람, 그가 우리에게 더 완벽한 국가를 남겼다”고 말했다. 그는 ‘진실을 말하라’, ‘남 탓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고 한 고인의 철학을 소개하기도 했다.

장례식 이후 고인의 시신은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로 이동한 뒤 ‘스페셜 에어 미션 41’로 이름 붙여진 ‘에어포스원’에 실려 장지인 텍사스로 향했다. 고인의 유해는 이날 오후 텍사스 휴스턴에 도착해 세인트 마틴 성공회 교회에 안치됐다. 이곳에서도 별도의 추도식이 열린 뒤 6일 오후 텍사스A&M대의 부시 도서관·기념관 부지에 묻힌 부인과 딸 곁에 안장된다.

장례식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하려는 시민들이 시신이 안치된 의사당 중앙홀을 찾았다.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조문을 온 데이비드 씨는 “아이들에게 미국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시’라는 대통령이 있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며 “그는 영원한 우리의 프레지던트이며, 오늘 그와 함께한 순간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정훈 sunshade@donga.com·김정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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