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9개월, 그러니까 누군가에는 긴 시간이거나 어쩌면 짧은 시간.
지난해 30대 초입에 들어섰던 그룹 ‘JYJ’ 멤버 김준수(31)는 여유로웠다. 비록 군대에서 30대를 시작해야 했지만, 가수 또는 뮤지컬배우로서 삶을 길게 내다본 덕이었다.
지난달 전역한 그가 더 평안해 보인 이유다. 2일 오후 잠실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2018 웨이 백 시아 콘서트’ 세 번째 날, 가수 김준수는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한류를 들썩인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 출신이지만 이후 대중에게는 발라드, 뮤지컬 넘버로 각인된 탓에 김준수는 가창력만 도드라진 부분이 없잖아 있다.
이번 콘서트는 유독 남성 팬들도 많았다. “남성 팬이 너무 좋다. 귀해서”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군 미필자 남성 팬들에게 관심을 보였다. “인터넷에서 ‘너만 군대갔다왔냐’고 욕할 수도 있는데 똑같이 군대를 다녀온 사람으로서 통제를 받는 다는 것이 힘들었다. 먹고 싶을 때 못 먹고 맞춰져 있는 시간에 자야하고”라며 털어놓았다. 하지만 “남자라면 한 번 가볼만 하다”고 너스레를 떨며 긍정했다.
친구가 김준수와 훈련소 동기라는 남성 팬으로부터는 ‘연예인 병이 없다더라’는 미담을 얻어내기도 했다. 김준수는 “다 똑같을 거다. 머리를 깎는 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된다. 나는 그냥 ‘쫄병’ 김준수다. 초코파이 하나 먹겠다고 40분을 걸었다”며 웃었다.
임답이 부쩍 는 김준수는 노랫가락을 겸해 아기를 어를 때 내는 소리인 ‘어화둥둥’을 객석으로부터 유도하며 흥겨운 분위기도 돋웠다. 이번 콘서트에서 팬들로부터 에너지를 얻는다고 털어놓는 김준수는 팬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타임’도 즐겁게 소화했다.
2015년 4월13일을 기억한다. 김준수는 6년 만에 출연한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 ‘스페이스 공감’ 녹화에서 앙코르곡으로 윤종신의 ‘오르막길’을 부르다 울음을 터뜨렸다.
“방송에 출연하기 싫어서 출연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라는 김준수는 입대 뒤 자존감이 떨어져서 방송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이 부러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많이 배우고 단단해졌다며 그래서 할 수 있게 된 얘기라고 긍정했다.
김준수를 비롯 JYJ 멤버들은 2009년부터 전 소속사와 분쟁으로 방송 활동이 중단됐다. 분쟁이 끝나고 2015년 방송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방송프로그램 출연자의 출연을 중단하거나 금지하는 등의 불공정 행위를 하지 않는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됐으나 JYJ의 방송 출연은 여전히 쉽지 않다.
솔로 가수로서 수식인 시아(XIA)를 앞세울 때, 노래와 춤으로 김준수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그런데 말할 때나 대화할 때 순수하고 솔직한 면모는, 사람을 혹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강력한 쇳소리의 목소리가 먹먹해진다.
김준수는 마지막곡 ‘락 더 월드’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무대에 오르면 / 그건 폭죽과도 같지 / 마치 폭발할 것 같이.” 휴화산이 활화산이 됐다. 그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도 곧 화산재처럼 날아가리라.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한 걸음 더 다가온 거여. 세상에 외치고 싶어.”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