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민 동아사이언스 수석기자
이사부호는 2016년 11월 취항했지만, 시험운행 기간을 제외하면 실제로 연구에 투입된 건 1년 정도다. 처음 계획 당시 ‘쓸모없이 큰돈을 쓴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현재는 사정이 다르다. 짧은 기간 동안 올린 성과가 적지 않다. 2018년 5월 인도양 깊은 바닷속에서 열수가 뿜어져 나오는 ‘심해저열수공’을 세계 3번째로 찾아내 주목을 받았다. 조사를 나갈 때마다 신종 생명체를 발견하기를 기대할 정도다. 각계에서 ‘우리도 연구에 쓰게 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한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연구진의 협력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과학기술분야에선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어렵게 승인을 받아 겨우 건조했던 극지연구소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는 남극과 북극을 오가며 1년 내내 활약하고 있다. 한 척으로는 선박의 피로도가 심하고 원활한 연구 지원이 어려우니 ‘제2의 쇄빙선’을 건조하자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기자는 해양연구과정을 취재하기 위해 이사부호에 동승해 18일 현재 일본 오키나와 남쪽 해안을 지나고 있다. 배에 오른 지 사흘째. 내부엔 첨단 연구장비가 가득하고 위성 인터넷 시설을 이용해 매일 기사를 송고할 수 있다. 장기간 항해에도 생활에 불편함이 없는 편의시설도 갖췄다. ‘한국이 이만한 연구선을 운영하게 됐구나’ 싶어 자부심이 느껴질 정도다.
한국 과학계는 더 먼 곳으로 나아가야 한다. 1만 m 깊이의 심해와 영하 수십 도를 넘나드는 극지, 달과 화성을 바라봐야 한다. 이런 투자를 놓고 눈앞의 이해득실만을 따져 계산하는 일도 사라질 때가 됐다. 그저 어리석은 사람이 될 뿐이라는 사실은 과거를 보면 명백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이사부호에서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수석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