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사학자 심정섭 씨가 29일 일제가 농민들에게 부르도록 강요했던 납세창가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수필가이자 향토사학자인 심정섭 씨(75)는 29일 경술국치 108주년을 맞아 본보에 일제가 농민 등에게 부르게 했던 납세창가를 공개했다. 경술국치는 1910년 8월 29일 일제에 국권을 상실한 치욕의 날이다.
납세창가는 가로 12.2cm, 세로 17.8cm 크기의 납세영수증에 적혀 있다. 이 영수증은 1924년 전남 신안군 하의면사무소에서 발행했다. 하의면의 한 농민이 1924년 5월 29일 당시 가구(戶)세, 가구부가금 등 3개 세금을 내고 받은 것이다.
영수증 뒷면에 기록된 납세창가는 4구절로 돼 있다. 당시는 3·1운동으로 일제에 대한 반감이 큰 데다 풀뿌리와 나무껍질로 배를 채울 정도로 생활이 궁핍해 납세거부운동이 거세던 때였다.
일제는 납세창가를 통해 농민들에게 세금 납부 의무와 필요성을 강요했다. 납세창가 2절은 ‘우리들의 의무를 누가 물으면 반드시 지켜야(불가 불행) 할 의무. 제일 먼저 행할 것 세금 납입. 의무가 있는 줄을 잊지를 마세’라는 내용이다.
심 씨는 “어릴 적 동네 어르신에게 일제가 농민들을 밤에 모이게 해 세금 납부 노래를 강제로 부르게 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납세창가의 실체가 처음으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