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김남천, 백석 등 지음/222쪽·1만3500원·가갸날
냉면 좀 안다고 자부했던 이라면 지나치기 어려운 책이다. 물론 그간 ‘정보’에 치중한 관련서는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평양냉면을 문학적 문화사적 측면에서 다뤘다. 소문만 들었던, 냉면 노포(老鋪)를 드디어 찾아간 기분이다.
명성만큼 맛도 만족스러울까. 일단 다양한 구색은 갖췄다. 조선 시대부터 최근까지 냉면을 언급한 글을 모아 호기심을 돋운다. ‘길게 뽑은 냉면 가락에 배추김치 곁들인다네’란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시를 마주하면 괜스레 흐뭇하다. 일제강점기 성업했다는 냉면 배달을 담은 신문 삽화는 정겹기도 하지. 역시 냉면의 내공은 진득하니 깊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