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 메시지
국가기록특별전 관람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 수립 70주년 경축식이 끝난 뒤 부대행사장에 마련된 국가기록특별전을 관람하고 있다. 부인 김정숙 여사가 뒤를 따르며 문 대통령에게 부채질을 해주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북한과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잇달아 남북관계의 과속을 견제하고 나선 데 대한 공개 메시지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서로 선순환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남북협력을 고리로 비핵화 협상을 재개시키겠다는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남북 간 더 깊은 신뢰관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히면서 다음 달 남북 정상회담에서 진전된 남북 협력에 대한 합의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기존의 한반도 운전석론을 넘어 ‘한반도 주인론’을 꺼내들면서 워싱턴은 더욱 한반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을 한 달가량 남겨두고 열린 이번 광복절 경축식에서 청와대는 ‘평화’를 뚜렷하게 강조했다. 경축식의 무대가 된 국립중앙박물관의 중앙계단을 한반도기를 상징하는 하늘색으로 꾸미고 세계 각국 언어로 번역된 ‘평화’라는 단어를 곳곳에 새겨 넣었다. 4월 남북 정상회담 때와 같은 짙은 하늘색 넥타이를 매고 연단에 오른 문 대통령은 이날 원고지 30장 분량의 연설문에서 평화를 21차례에 걸쳐 언급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라는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며 ‘한반도 주인론’을 꺼내들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 발전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하는 동력”이라며 “과거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기에 북핵 위협이 줄어들고 비핵화 합의에 이를 수 있었던 경험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북핵은 궁극적으로 북한과 미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왔던 기존 입장과는 기류가 달라진 것이다.
이어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에 따라 자연스럽게 진전되는 ‘부수적 효과’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경축사 영어본에도 부수적 효과가 ‘by-effects’라고 명기되어 있다. 남북관계가 북-미 대화의 속도에 일방적으로 맞춰야 하는 ‘종속 변수’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주인론’을 강조한 것은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북-미가 판문점 실무접촉에 나서는 등 비핵화 협상 움직임이 꿈틀대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 대통령은 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다. 우리 힘으로 이끌고 주변국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판문점선언의 초심으로 돌아가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좁아진 외교적 입지를 넓히겠다는 뜻을 담았다는 것이다.
○ “북-미 평화와 번영 약속 지켜야”
다만 최근 미국이 “비핵화 없는 남북관계 진전은 안 된다”며 잇달아 견제구를 날리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강조하고 나선 ‘한반도 주인론’이 한미 공조에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핵시설 신고와 종전선언을 맞바꾸는 문제를 놓고 북-미가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미국이 한국의 대북제재 이탈을 우려해 압박 수위를 높일 수도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경축식 후 국가기록특별전을 찾아 4월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과 별도의 대화를 나눈 도보다리를 재연한 포토존에 앉아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행사 관계자들에게 “(도보다리 모형 등) 여기 전시된 기록물들을 국민이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느냐”고 물은 뒤 “공개가 가능한 부분은 도록을 만들어 배포할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