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전군지휘관회의에서 “국군기무사령부의 세월호 유족 사찰과 계엄령 검토는 그 자체만으로도 있을 수 없는, 구시대적이고 불법적인 일탈 행위”라며 기무사 개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또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한반도 비핵화 노력이 진행 중이지만 그 끝이 어디일지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안보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고 신축성 있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군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전군지휘관회의는 그동안 미뤄졌던 ‘국방개혁 2.0’을 보고받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하지만 최근 기무사 문건 사태를 둘러싸고 하극상의 낯 뜨거운 군 내부 갈등이 벌어진 상황에서 청와대는 흐트러진 군 기강 확립을 강조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 듯하다. 군 지휘관들은 이례적으로 문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를 하며 ‘충성’ 구호를 외쳤고, 문 대통령은 이미 군·검 합동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불법적 일탈’이라고 규정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군의 최고 수장이 리더십을 의심받는 상황에서 군 기강이 제대로 설지는 의문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청와대 회의가 끝난 뒤 “장관 자리에 연연한다, 이런 것은 없다”면서도 국방개혁과 기무사 개혁 소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어수선한 군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기 위해서라도 신속하게 기무사 사태 수사와 관련 인사에 대한 문책을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 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씻고 국방개혁도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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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보고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군 장성의 수를 현재의 436명에서 360명으로 76명 줄이는 내용이었다. 군의 슬림화를 통한 첨단·정예화를 위해선 비대한 육군에 대한 수술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기무사 파문에서 나타났듯 정부의 육군, 특히 육사 출신에 대한 불신은 노골적이라 할 만큼 두드러진다. 자칫 국방개혁이 ‘군 주류세력 교체’로 비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가안보의 최후 보루인 군은 어느 조직보다 안정적이고 굳건해야 한다. 안보상황이 아무리 변해도 북한의 위협은 우리 군에 늘 변함없는 상수(常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