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 뉴욕 특파원
프리드먼은 1930년대 대공황 당시 규제의 산물인 뉴욕 택시 면허 제도를 지렛대 삼아 자신만의 ‘택시왕국’을 건설했다. 뉴욕시는 대공황으로 일자리를 잃은 시민들이 자가용을 끌고 나와 돈벌이에 뛰어들자, 1937년 택시 면허인 ‘머댈리언(medallion)’ 제도를 도입해 차량 대수와 요금을 통제했다. 프리드먼은 공급이 통제된 택시 면허의 자산 가치를 간파했다. 그는 면허를 담보로 은행 돈을 빌려 다시 면허를 사들이는 식으로 자산을 불렸다.
영원할 것 같던 그의 제국은 실리콘밸리 차량 호출 회사 우버가 등장한 이후 급제동이 걸렸다. 뉴욕의 우버 이용 건수는 2015년 1월 택시 이용의 7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2년 6개월 뒤인 지난해 7월 우버는 택시를 앞질렀다. 스마트폰 앱으로 차량을 호출하는 편리한 우버 서비스가 등장하자 시민들은 불편하고 지저분하면서도 비싼 택시를 외면했다. 뉴욕시 택시 면허는 2013년 132만 달러(약 14억9000만 원)까지 치솟았지만, 5년 만에 10분의 1토막이 됐다. 프리드먼의 택시회사들도 파산하고 탈세범으로 몰렸다.
낡은 규제의 돌을 들어 올리면 택시왕 프리드먼과 같은 사업자, 졸지에 수입을 잃는 택시운전사 등 수많은 사연과 사람들이 등장한다. 택시처럼 오래된 규제일수록 풀기 힘든 이해관계의 매듭이 단단히 묶여 있다. 청와대에 규제 개혁 상황판이 있다면 규제를 몇 개 없앴다는 숫자보다 낡은 규제의 이익을 누리는 이들이 누구이고, 시민의 편익과 이들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 경쟁에서 도태된 사람들의 재기를 돕기 위한 사회안전망은 어떻게 만들 것인지부터 챙겨야 한다. 이런 준비와 결단이 없으면 규제 개혁은 일방적인 ‘호통과 질타’, 극렬한 저항으로 끝난다. 역대 대통령이 전봇대를 뽑고 손톱 밑 가시를 빼주겠다고 큰소리만 치고 실패한 이유다.
이런 어려운 일을 해낸 나라도 있다. 미-러 정상회담이 열린 핀란드 헬싱키는 올해 7월 택시 차량 면허, 택시 대수, 요금 규제를 없앴다. 택시 사업자 요건만 갖추면 우버와 같은 차량 호출 회사 소속 기사들이 자가용으로 승객을 실어 나를 수 있게 길을 터준 것이다. 요금 규제를 없애 택시회사의 수익도 배려했다. 다만, 차량을 선택하기 전 요금을 사전에 승객에게 알려주게 했다. 회사 간 경쟁을 유도해 요금을 낮추기 위한 목적이다. 요금이 지나치게 높으면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길도 터놨다. 핀란드 정부는 지난해 6월 이 내용이 담긴 ‘교통서비스 법안’을 내놓으면서 밝혔다. “개혁의 목적은 새로운 서비스 모델 창출을 촉진하고, 시장 접근을 용이하게 하며, 경쟁을 제한하는 국가 규제를 해체하고, 공공 지침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시민이 원하는 규제 개혁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