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車업계 첫 진단기술 선봬 딥러닝 통해 정밀도 지속 개선… 학습 위해 고의로 고장낸 소리도 정답률, 사람 8.6% - AI 87.6%… “전기車 등 기술 적용영역 확대”
17일 경기 화성시 현대·기아차남양연구소의 엔진NVH리서치랩 무향실에서 진재민 책임연구원, 이동철 책임연구원, 정인수 연구위원(왼쪽부터)이 가솔린엔진에서 이상 소음을 뽑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세계 완성차업계 최초로 현대차가 AI와 딥러닝을 이용해 소음으로 차량의 고장 여부를 판별하고 진단까지 내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르면 내년 전국 현대차 수리센터에 적용한다. AI가 차의 고장을 판독하는 풍경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 연구위원과 동료 연구원들은 간단한 음향 샘플을 만들어 장준혁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음성음향오디오신호처리연구실)를 찾아갔다. 음성 및 소리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였다. 이들은 논의 결과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공동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개발은 ①소리 데이터 수집 ②분석 ③소리 특징 추출 ④인공지능 소프트웨어(SW) 개발 및 학습 ⑤실제 진단 및 정확도 개선 순으로 진행됐다.
목표는 가장 많이 쓰이는 ‘가솔린엔진’으로 정한 뒤 총 830개의 소리 샘플을 수집했다. 그리고 이를 부품과 고장 유형에 따라 18개 유형, 44개 세부유형으로 다시 분류했다. 연구원들은 소리들을 AI가 인식할 수 있도록 시간과 주파수 단위로 쪼개 분석했다. 이동철 엔진NVH리서치랩 책임연구원은 “처음에는 밤을 새울 정도로 오래 걸렸지만 이제는 1시간에 6개 정도 분석을 끝낸다”고 말했다.
AI 개발까지 마친 뒤에는 ‘공부시키는 작업’이 뒤따랐다. AI는 사람이 만들었지만 일단 학습을 시작하면 스스로 복잡한 과정을 거치며 정확도를 올려 나갔다. 최근 엔진 소음 분야 전문가 10여 명이 현대차가 개발한 AI와 대결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인간팀의 정답률은 8.6%, AI의 정확도는 87.6%였다. 현대차는 정확도를 연말까지 9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현대차는 이미 한국을 비롯해 독일, 일본 등 각국에서 특허를 출원 중이다. 정 연구위원은 “전기차의 전기모터 소음 등 다른 데이터도 이미 모으고 있어 기술의 적용 영역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