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黨政, 규제개혁보다 손쉬운 재정확대로 ‘일자리-복지 늘리기’

입력 | 2018-07-10 03:00:00

내년 예산 10% 늘려 470兆 추진




정부가 2019년도 예산안을 10% 이상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저성장 상황에서 일자리가 늘지 않으면서 분배가 악화되는 악순환 고리를 끊으려면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주축으로 청년 고용과 사회안전망 확대에 주력해왔지만 청년실업이 최악으로 치닫고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자 또다시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회와 정부가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우고 일자리를 늘리는 규제개혁에는 미온적이면서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재정카드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한다.

○ 저성장 고령화 일자리쇼크에 대응

정부는 내년 예산안과 관련해 올해 초부터 인상률을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해 왔다. 재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내놓으면서 내년 총지출 증가율을 5.7%로 잡았다. 이후 3월 2019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을 확정하며 “청년 일자리, 저출산 고령화, 혁신성장, 안전 등 4대 분야에 예산을 중점 투자하기 위해 5.7%보다 확장적으로 예산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5월 말 각 정부 부처가 기재부에 제출한 예산요구액은 올해 확정예산보다 6.8% 늘어난 458조 원 규모였다. 이어 정부는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하며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을 기존 5.8%에서 7.8%로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역시 일자리와 저출산 문제 해결이 목표였다.

여기에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10% 이상 증액해달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요구를 정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하면서 2019년 예산은 470조 원이 넘는 대규모로 편성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복지 관련 예산 160조 육박 가능성

정부는 늘어난 예산을 고용지표를 개선하는 데 대거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5월 청년 체감실업률은 23.3%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취업자 수 증가폭은 8년 4개월 만에 가장 적은 7만2000명으로 집계되는 등 고용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정부 관계자는 “취업만 하면 목돈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 청년 취업을 유도하고 인적 자원이 노동시장에서 빠져나오지 않도록 재교육과 보조금을 주는 정책 등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연금, 아동수당, 구직급여 등 복지지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부처가 기재부에 제출한 복지 분야 예산요구액은 지난해보다 6.3% 늘어난 153조7000억 원이다. 정부가 마련 중인 저소득층 대책으로 기초연금이 인상되는 등 추가 지출이 생기면 복지 관련 예산안 규모가 160조 원에 육박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복지라는 측면과 함께 저소득층의 실질 소득을 늘려 소비를 확대하기 위한 내수 촉진 정책으로도 해석된다.

○ 기업활동 돕는 규제개혁과 병행해야

일각에서는 정부와 국회가 각종 이해 관계자를 설득해야 하는 규제 개혁엔 손놓고 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손쉬운 재정 확대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유통, 의료, 관광 등 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은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은 7년째 국회에서 표류 중이며 정부가 3월 신사업 육성을 위해 만든 규제혁신 5개 법안은 아직 국회 협상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했다. 국회와 정부가 시민단체와 이해집단의 반발을 우려해 공론화 자체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겸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일자리 만들기에 성공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렵다”며 “규제 혁파를 통해 기업의 기를 살려주면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는데 정부가 굳이 힘든 길을 가려 한다”고 꼬집었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송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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