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수색 당하는 엄마 뒤에서 울부짖는 두 살배기, 美 ‘무관용 이민’을 고발하다
美 국경의 비극 12일 밤 장갑을 낀 미국 국경 경비대원이 엄마의 몸을 수색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두 살배기 아이가 서럽게 울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를 흐르는 리오그란데강을 건넌 온두라스 출신의 모녀는 한 달간의 고된 여정 끝에 텍사스주 국경도시 매캘런에 도착했으나 곧바로 불법이민 혐의로 붙잡혔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트럼프 행정부가 올 5월부터 밀어붙이고 있는 불법 이민자 ‘무관용 정책’을 두고 미국 내 논란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미국-멕시코 국경을 불법으로 넘는 모든 이민자는 난민 신청 사유가 있더라도 불법 입국죄로 기소된다. 미국에선 부모가 범죄 혐의로 체포될 경우 자녀와 격리시키는데, 이에 따라 불법 이민자 아이들은 정부의 보호시설에서 미국에 있는 아이의 후견인을 찾을 때까지 몇 주 혹은 몇 달간 지내게 된다. 그런데 일단 부모와 자녀가 분리되면 향후 재회가 쉽지 않다는 게 이민단체 측의 지적이다. 버락 오바마 전 정부 때는 아이와 함께 밀입국하다 적발된 부모는 구금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에 참석하도록 배려해줬다.
부모와 격리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건 하루 종일 엄마 아빠를 찾으며 울부짖는 일뿐이다. 이날 미국 비영리 인터넷 언론 프로퍼블리카는 미국-멕시코 국경지대 보호소에 격리 수용된 아이들의 목소리가 담긴 7분 47초 길이의 파일을 공개했다. 4∼10세로 추정되는 중남미 출신 아이들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몇 번이고 “마미(엄마)”와 “파파(아빠)”를 외쳤다.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자 한 경비대 요원은 “여기 오케스트라가 있는데 지휘자는 없다”며 농담을 던졌다. 엘살바도르 출신 6세 아이는 “제발 미국에 있는 이모에게 전화 한 통만 하게 해 달라”며 애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뿐만 아니라 미셸 오바마, 로라 부시 등 전 대통령 부인, 민주당 인사들과 국제사회의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화당 일부 의원도 비판 공세에 가담했다. 공화당 팻 로버츠 상원의원(캔자스)은 “이민법 시행은 강하게 지지하지만 부모-자녀 격리를 불법 이민 억제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18일 폴리티코는 이 문제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갈등까지 심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우주위원회(NSC) 관계자 등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이민자 캠프도, 난민 수용 시설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일 오전 트위터에 “민주당은 범죄에 대해 신경쓰지 않고, 불법 이민자를 원한다”고 썼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