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80%이상 지역서 뽑아왔지만 최근 채용비리 트라우마에 몸사려
채용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모범규준은 출신 학교를 따져 채용 방식이나 인원을 조정하는 것 자체를 ‘차별’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은행들은 지역 기반 은행의 특수성을 고려해 채용 절차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지방대학 추천 인재 사실상 못 뽑아
JB금융 계열 은행뿐 아니라 국내 최대 지방은행인 부산은행을 비롯해 대구, 경남, 제주은행 등 지방은행들은 그동안 해당 지역인재들을 우선적으로 채용해왔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해당 지역에 몰려 있어 영업과 인력 운용을 위해 지역인재를 뽑는 게 맞다”며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이 지역인재를 의무적으로 선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최근 서울 등 수도권에서 지원하는 취업 준비생이 많은데 이들을 채용하면 이직률이 높아 인력 운용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지방은행들이 그동안 지역인재 우대를 위해 운영해왔던 채용 방식이다. JB금융은 2015년부터 지역인재 채용을 위해 ‘대학 추천제’를 실시하고 있다. 지방대학들이 성적 등을 고려해 우수 학생을 추천하면 이들을 별도로 면접해 채용하는 방식이다. 또 호남 지역 내 대학별로 채용 인원도 할당했다. 지난해 광주, 전북은행이 93명의 신입직원을 이런 방식으로 선발했다. 다른 지방은행들도 모두 이와 비슷한 채용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 지역 취준생들도 볼멘소리
하지만 은행권 채용비리 여파에 따라 은행권이 공동으로 도입하는 ‘채용 절차 모범규준’은 “출신 학교, 출신지 등 지원자의 역량과 무관한 요소를 이유로 한 차별은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역인재를 뽑을 수는 있지만 지방대학의 추천을 받거나 대학별로 인원을 할당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모범 규준은 형식상 ‘권고사항’이지만 금융당국이 도입 여부를 점검하기로 해 은행들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지방은행의 지역인재 우대 채용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방 취업 준비생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경남 지역 대학생 이모 씨(27)는 “그나마 지방에서 괜찮은 일자리는 지방은행인데 채용 발표가 나오지 않아 마음을 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별로 채용 인원을 할당하는 방식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반론도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각 은행의 특성을 고려한 채용 방식이 있을 텐데 채용비리 때문에 은행들이 제 목소리를 못 내고 있다”며 “은행별로 일정 부분 채용의 자율성을 주고 당국이 이를 검토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