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말글/손진호 지음/320쪽·1만2000원·진선북스
올해 4월 열린 남북 예술단 평양공연에서 가수 강산에가 ‘라구요’를 부르자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흘렸다. ‘라구요’는 남한에서 많은 이들이 즐겨 쓰지만, 실은 중부 사투리다. 표준어는 ‘라고요’다. 복수표준어를 폭넓게 허용하는 북한에서는 둘 다 표준어, 즉 문화어다. ‘까발기다’(표준어 까발리다), ‘또아리’(똬리), ‘수리개’(솔개), ‘아지’(가지)도 남한에서는 사투리지만 북한에서는 문화어다.
동아일보 어문연구팀 기자인 저자는 이처럼 우리말과 글의 이모저모를 세밀하게 짚어냈다. 이 책은 2014년 1월부터 3년 3개월간 본보에 연재했던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를 엮었다. 순서에 관계없이 손 가는 대로 펼쳐 읽다 보면 상식이 하나둘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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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면’ 뿐 아니라 ‘짜장면’도 표준어가 됐지만 ‘짬뽕’은 상황이 좀 다르다. ‘짬뽕’은 표준어이긴 하지만, 사전에서는 듣기에도 생소한 ‘초마면’으로 순화해 사용하라고 권한다. 중국 음식에서 유래돼 그렇다는데, 서로 다른 것을 뒤섞었다는 뜻으로도 사용하는 ‘짬뽕’이 아직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새삼 의아하다.
말과 글의 뿌리를 파고들고, 새로 태어난 말을 찬찬히 살피며 더 좋은 표현을 고민하는 저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우리말의 묘미에 빠져든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