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은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무용수상 수상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프르미에르 당쇠즈’(제1무용수)로 활약하고 있는 박세은(29·사진)이 무용계의 오스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했다. 발레리나 강수진(1999년)과 김주원(2006년), 발레리노 김기민(2016년)에 이어 한국 무용수로 역대 네 번째다.
브누아 드 라 당스 조직위원회는 5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2018 최고 여성 무용수’ 수상자로 박세은을 선정했다. 이 상은 1991년 국제무용협회 러시아 본부가 제정해 해마다 시상식을 연다. 아마추어가 아닌 세계 톱클래스 공연 작품이 심사 대상. 최고 남녀 무용수상은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박세은은 게오르게 발란친의 안무 작품인 ‘보석(Jewels)’ 3부작 중 ‘다이아몬드’ 주역 연기로 영광을 안았다.
하지만 박세은도 ‘콩쿠르의 여왕’이란 별명처럼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아 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인 그는 동아무용콩쿠르 금상을 시작으로 2010년 불가리아 바르나 콩쿠르 금상, 2006년 미국 IBC(잭슨 콩쿠르) 금상 없는 은상, 2007년 로잔 콩쿠르 1위 등 세계 4대 발레 콩쿠르 가운데 세 곳을 휩쓸었다.
“콩쿠르가 대회를 위해 무용을 준비해 기량을 뽐내는 곳이라면, 브누아 드 라 당스는 평소 발레단에서 선보인 무대를 평가하는 상이라 더 남다르게 느껴지네요. 실은 최근 볼쇼이발레단 갈라쇼 초청을 받아 함께 공연하며 고민도 있었습니다. 러시아 무용수들의 뛰어난 신체조건 등을 마주하며 ‘발레는 역시 서양의 예술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그런 찰나에 이런 뜻깊은 상을 받으니 새로운 원동력을 얻은 기분이에요.”
한국인 최초로 이 상을 받은 강수진 단장은 “박세은을 비롯한 차세대 한국 무용수들의 활약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아침에 세은이가 전화해 ‘앞서 수상한 선배들 생각이 많이 났다. 이 상을 받으며 얼마나 만감이 교차하셨을지 상상이 안 간다’고 하더라. 뭉클하고 뿌듯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