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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한의 전쟁史]사진으로 남은 전쟁

입력 | 2018-05-29 03:00:00


일본의 항복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완전히 끝났다. 종전 소식이 알려지자 뉴욕의 메디슨스퀘어 광장은 환호하는 시민으로 가득 찼다. 그때 한 해군 수병이 간호사와 껴안고 키스를 나누었다(사진). 라이프지 사진기자가 이 장면을 찍었고, 이 사진은 전쟁 사진의 걸작이 되었다. 그 후 이 사진의 주인공을 찾으려는 시도가 계속되었고, 주인공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여러 명이 등장했지만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1차대전에 사용된 독가스의 참화를 보여주는 오랜 사진이 있다. 한 영국군 병사가 교통호에서 가스탄에 부상 당한 동료 병사를 업고 가는 장면이다. 그 병사도 이름을 남기지 않았는데, 2000년대에 영국의 모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그 병사의 후손이 유품을 가지고 나타났다. 그는 전쟁에서 생환해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미군 해병대원이 일본 이오지마의 스리바치산 정상에 깃발을 꽂는 사진은 그 당시 너무 유명해져서 사진의 주인공이 바로 본토로 송환됐고, 그 유명세 덕분에 오히려 인생이 굴곡을 겪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진은 당시에는 주인공에 대해 무관심했다. 한참 세월이 지나면 대중은 사진 속의 주인공이 누군지 궁금해진다. 전쟁 기록 사진은 특히 더 관심을 끈다. 전쟁의 참화 속에 있던 그들이 살아남기는 했는지, 전후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 그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 궁금한 모양이다.

조금 놀라운 사실은 의외로 이런 사진의 주인공 중에서 생존자가 많고, 견실한 삶을 살고 있더라는 것이다. 무작위로 찍힌 사진의 주인공들이 건강한 삶을 살았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묘한 안도감을 준다. 물론 그런 사람들만이 수소문에 응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진의 주인공들이 그 참혹한 상황 속에서도 밝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기에 기자의 렌즈에 포착됐을 수도 있다. 인간의 환경은 공평하지 않다. 인생은 질곡이 없을 수 없다. 돌아보면 인생의 승자는 어떤 부조리한 여건 속에서도 밝음과 적극성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임용한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