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현 사회부 기자
가상으로 적어본 6·13 구청장 선거 공약이다. 말은 쉽다. 문제는 이런 공약을 실천에 옮기는 자리에 앉기 위해서는 돈이 든다는 데 있다.
후보들은 주민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하루 적어도 3000명에게는 명함을 돌려야 한다. 그 값만 최소 200만 원이다. 지역구 요지에 내걸 현수막과 지역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해 유권자에게 뿌릴 공보물 제작비도 만만치 않다.
물론 대다수 무소속 후보에게는 언감생심이다. 정당의 후광도 없고 인지도도 낮다. 지역 유력 향우회를 뒷배 삼을 만한 연고도 변변치 않다. 그러니 기자가 퇴직금 털어 선거에 쓴다고 해도 나중에는 빈털터리가 될 확률이 99%다.
이마저도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는, 혹은 못하는 ‘보이지 않는 비용’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당내 경선과 조직 구성 및 관리에 드는 돈 등을 합치면 구청장 도전 비용은 ‘서울 중형 아파트 한 채 값’이라는 게 정설이란다. 그래서 “아버지가 ‘정치병(病)’이 생기면 자식이 막아야 한다”는 말이 예부터 나오는 것이다.
“30년 시정(市政) 경험을 이제는 구(區) 발전을 위해 쓰고 싶다”며 구청장에 도전하겠다는 서울시 전현직 공무원이 적지 않았다. 공식 후보 등록일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지금, 포기한 사람이 더 많다. “당 전략공천을 못 받으면 재산만 날린다” “우리 같은 공무원이 꿀 꿈이 아니다”라는 말도 나온다.
큰 문제가 불거진 적은 드물지만 일부 구에서는 인사철 관행적으로 공무원들이 인사권자인 구청장에게 청탁성 ‘봉투’를 상납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이권에 개입해 뒷돈을 챙기다 형사처벌 받는 지방 기초단체장들도 적지 않다. 차라리 구청장은 시장이 임명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자조 어린 얘기도 있다. 유권자들의 책임이 더욱 막중해지는 요즘이다.
노지현 사회부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