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상 정치부 기자
요즘 호남에서 한국당의 사정은 어떨까. 이달 1일부터 13일까지 부산을 출발해 제주 강원 충청 서울 등 전국을 돌며 6·13지방선거 필승 결의대회를 열었다. 하지만 호남은 아예 방문 지역에서 빠졌다. 후보 등록 마감(25일)이 코앞인데 전국 17곳 가운데 광주·전남·전북 등 호남 3곳만 광역단체장 후보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수억 원을 써가며 나가겠다는 사람도 없고, 아무리 등 떠밀어도 한다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구인난을 겪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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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대선 후보였던 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호남 지역 득표율은 1∼3%대였다. 이번 선거에 출마했다간 15% 이상 득표해 선거비용 전액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야당이라 출마자를 유인할 카드도 마땅치 않다. 여당 시절엔 낙선하면 다른 공직을 약속하거나 다음 총선 때 비례대표를 약속할 수도 있었는데, 그게 더 어려워졌다. 한국당이 여당이던 2010년 지방선거에선 호남 지역 3곳에서 모두 13∼18%의 두 자릿수 득표를 했다. “지지율이 하락한 다른 지역과 달리 이전보다 3, 4배 지지율이 올랐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2014년에는 이번과 마찬가지로 구인난을 겪었지만 그래도 후보는 냈다. “당선이 어렵지만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는 남아 있었다. 지방선거 한 달 뒤인 그해 7월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보궐선거로 전남 지역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결실도 수확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무공천으로 갈 수 있다”는 주장까지 당 안팎에서 거리낌 없이 나온다. 한 발씩이라도 내디뎌서 지역당 이미지를 바꾸자고 했던 그때 도전 정신은 아예 찾아볼 수가 없다. 이 전 총장은 “평가받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후보를 계속 내 두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한국당은 이 말에 뭐라고 답할 수 있을 것인가.
박훈상 정치부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