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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폼페이오와 훌륭한 회담”… 비핵화 방법론 접점 찾은듯

입력 | 2018-05-11 03:00:00

[속도 내는 北-美회담]노동신문, 1면 전면 할애해
사진 8장 실으며 ‘북미 훈풍’ 선전… 김정은, ‘매파’ 폼페이오 영전 축하도
‘단계적 vs 완전한’ 한발씩 양보… 일괄타결 준하는 해법마련 가능성
일각 “합의문 큰틀 합의했을 수도”




활짝 웃는 김정은-폼페이오 9일 북한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바짝 당기듯 악수하며 활짝 웃고 있다. 김정은은 폼페이오와 통역 없이 귓속말로 잠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대안을 가지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깊은 관심을 가진 데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TV가 전했다. 사진 출처 조선중앙통신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10일자 1면엔 북-미 간의 훈풍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한 달 전 ‘1차 회동’ 당시 잔뜩 경직된 채 기념사진을 찍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엔 함께 너털웃음을 지으며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북한은 폼페이오가 악수하면서 왼손으로 김정은의 어깨를 감싸는 사진을 1면 톱 사진으로 대문짝만 하게 실었다.

○ 김정은-폼페이오 기념사진 8장 공개한 북한

북한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전날 회담을 1면 전면으로 보도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김정은은 9일 자신의 집무실이 있는 평양 노동당 본청에서 폼페이오와 90분간 회담했다. 노동신문은 1면에 회담 기사와 함께 무려 8장의 사진을 실으며 회담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하는 데 집중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 정도면 북한 내부에서도 북-미 정상회담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사안이란 점을 인식시키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을 통해 감지할 수 있는 키워드는 ‘화해와 감사’였다.

두 사람이 건물 내에서 정답게 회담을 하는 모습, 로비에서 웃으며 악수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된 영상에서는 김정은이 폼페이오를 맞으며 통역 없이 친근하게 얘기를 나누는 모습도 포착됐다.

특히 김정은의 발언이 압권이었다. 노동신문은 “(김정은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따뜻이 맞이하시며 얼마 전 국무장관으로 공식 취임한 데 대하여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씀하시였다”고 전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폼페이오는 김정은 참수작전을 실무 지휘하는 등 초강경 대북 압박의 선두에 섰던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금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 대북 매파인 그에게 영전을 축하한 것이다.

김정은은 폼페이오가 전한 트럼프의 구두 메시지를 듣고 나서는 “대통령이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시고 사의를 표하시였다”며 “훌륭한 회담을 진행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조선중앙TV는 이 대목을 오후에 전하며 “구두 메시지를 전해 들으시고 대통령이 ‘새로운 대안’을 가지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데 대해서와 조미(북-미) 수뇌 상봉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시고 사의를 표하시였다”며 ‘새로운 대안’을 추가했다. 트럼프가 이전에 없던 새로운 제안을 했고, 김정은은 이에 만족하고 억류자까지 최종적으로 풀어줬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만찬을 함께하지는 않았지만 폼페이오에게 벤츠 리무진을 내주고 청사를 떠날 때 주차장까지 나와 배웅했다.

○ 김정은과 트럼프, 무엇에 합의했나

이 같은 보도사진과 기사 내용을 두고 북-미가 비핵화 방법론을 두고 벌여온 치열한 신경전이 어느 정도 해결 국면에 접어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회담 장소와 시기에 대한 최종 합의를 넘어 두 정상이 만나 발표할 합의문에 대해서도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미국이 ‘단계적 비핵화’를 일부 받아들이는 대신 그 단계를 일괄타결식 비핵화에 준하는 수준으로 최소화하는 등 북-미가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선에서 한 발짝씩 물러났을 것”이라고 했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전 외교통상부 차관)는 “미국이 향후 있을 한반도 평화협정 및 종전선언 논의에서 논의 주체를 남북미 3자가 아니라 북한 지원 세력인 중국도 동참하는 것으로 양보하는 방식으로 비핵화 이견을 좁혔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회담을 앞두고 본인을 띄운 대내 선전에 나섰다는 지적도 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김정은이 세계 최고의 강대국인 미국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며 내부 결속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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