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출신 연출가 로베르 르파주 미국-소련의 치열한 우주개발 경쟁… 자신의 유년 시절 이야기와 중첩 LG아트센터서 16일부터 나흘간 공연
연극 ‘달의 저편’의 한 장면. 작품은 르파주의 또 다른 대표작 ‘바늘과 아편’과 마찬가지로 1인극이다. 캐나다 출신 배우 이브 자크가 극을 이끈다. David Leclerc 제공
로베르 르파주
‘달의 저편’(2003년), ‘바늘과 아편’(2015년) 등 그의 연극 작품은 국내에 소개될 때마다 ‘르파주 열풍’을 낳았다. 전통적인 연극의 형식에 첨단 테크놀로지를 도입한 독창적 무대와 경이로운 상상력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의 대표작 ‘달의 저편’이 16일부터 나흘간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현재 일본에 체류 중인 르파주는 7일 본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달의 저편’은 한국과 아주 특별한 관계가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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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시절 우주 비행사들의 심리에 흥미를 느꼈어요. 닐 암스트롱 다음으로 달에 착륙한 우주비행사 버즈 올드린의 책 ‘지구로의 귀환’(Return to Earth)을 읽고 우주를 여행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 측면을 연구하는 데 몰두했죠. 비슷한 시기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어머니와 저 사이의 관계를 회상하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죠. ‘달의 저편’은 그런 저의 10대 시절 관심사가 만들어낸 작품이에요.”
‘달의 저편’의 무대는 단순하다. 또한 드럼세탁기 같은 일상적인 소품을 우주선 출구 등으로 활용해 눈길을 끈다. 아이디어는 르파주의 어머니와의 추억에서 비롯됐다. 그는 “우연히 쓰레기장에 버려진 드럼세탁기 문을 발견했는데, 순간 어린 시절 세탁기가 고장 나면 어머니가 빨래방으로 가던 일이 떠올랐다”며 “드럼세탁기 문은 내게 나사(NASA·미국항공우주국)의 비행 통제실에 있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끼게 했고, 동시에 오래된 우주 캡슐의 둥근 문을 상기시켰다”고 말했다. “같은 물체 안에서 전혀 다른 물체를 찾아내도록 하는 건 제 특유의 테크닉이죠. 이 과정에서 하나의 물체로부터 완벽한 시적 어휘를 찾을 수 있게 된답니다.” 4만∼8만 원. 02-2005-0114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