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어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가 공식 질의한 4가지 중 ‘5000만 원 셀프 기부’에 대해 ‘공직선거법 113조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김 원장이 국회의원 임기 말 남은 정치후원금 중 5000만 원을 자신이 속한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에 낸 것은 기존 회비 수준을 현저히 초과한 금전 제공이라 기부행위를 제한한 규정에 어긋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김 원장은 의원 임기를 마친 뒤 이 모임의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 유급 소장을 맡아 ‘셀프 기부’ 의혹을 받아 왔다.
선관위는 또 국회의원이 피감기관 등의 부담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것도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 수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실제 위법 여부는 출장의 목적과 지원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김 원장은 선관위의 판단 직후 사퇴했지만, 그것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검찰 수사를 통해 위법 여부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
처음부터 이번 사건의 본질은 김 원장이 ‘금융검찰’이라 불리는 금감원 수장에 걸맞은 도덕성을 갖추고 있느냐다. 그런 점에서 이중성의 민낯을 드러낸 김 원장은 심판관으로서의 신뢰를 이미 잃었는데도 청와대는 끝끝내 버티다가 결국 선관위에 공을 넘겨 버렸다. 선관위 위법 판정 뒤에는 “후원금에 대해서는 민정 쪽에서 검증 당시에 그 내용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 원장이 2016년 ‘셀프 기부’에 앞서 선관위에 질의했고 당시에도 “선거법에 위반된다”는 판정을 받았는데도 재검증을 하면서도 이 사안을 파악조차 못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