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혈관조영 수술실’ 개소 뇌혈관 질환 치료에 특화… 혈관 상태 3D로 실시간 확인 가능
노화는 혈관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나이가 들면서 혈관 탄력이 떨어지고 동맥경화, 출혈의 위험이 높아진다. 혈관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예방과 조기진단이 중요하다.
우리 몸속 미세한 통로인 혈관이 막히거나 부풀고 터지는 혈관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고난이도의 기술과 첨단장비가 사용된다. 최근에는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는 최소 침습 시술이 보편화됐다. 그러나 미세하고 예민한 혈관은 외과적 수술이 더 효과적이거나 상황에 따라 수술이 동반돼야 하는 경우도 많다.
예전에는 혈관의 상태를 진단하기 위한 혈관조영장비와 수술실, 치료 후 상태 확인을 위한 영상촬영(CT, MRI)이 각기 다른 장소에서 이뤄졌다. 가천대 길병원은 최근 하이브리드 혈관조영 수술실을 개소해 혈관 질환 치료의 질과 환자 안전성을 크게 높였다.
하이브리드 수술실에서 뇌혈관 질환을 시술 중인 유찬종 교수팀. 가천대 길병원 제공
뇌출혈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질환인 뇌동맥류 환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0년 2만5713명이던 환자가 2016년에는 7만828명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검진으로 비파열 상태의 뇌동맥류 환자를 조기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환자 증가의 한 이유로 볼 수 있다.
뇌 속 혈관이 얇아지면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는 파열되기 전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뇌출혈로 이어질 수 있다. 뇌출혈은 3명 중 1명이 사망에 이르는 질환이다. 50대 이상에서 주로 발생하던 뇌동맥류는 고혈압, 과음, 흡연, 스트레스로 최근 30대와 40대의 젊은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신경외과 유찬종 교수는 “노령의 환자는 뇌동맥류, 뇌동정맥 기형, 뇌동정맥류가 발견됐을 때 수술을 하자니 부담스럽고 안하면 출혈의 위험성이 있는 때가 종종 있는데 혈관 굴곡이 심해 혈관 접근이 어려운 경우에는 뇌에서 가장 가까운 경동맥을 통해 혈관 내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며 “뇌동맥류 이외에 대뇌혈관 문제가 있으면서 노령으로 인해 혈관 굴곡이 심한 경우도 목혈관 접근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수술은 뇌, 심장을 포함한 모든 혈관질환에 효과적인 치료 시스템이다. 그중에서도 가천대 길병원은 뇌혈관 질환 치료에 하이브리드 수술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 향후 심장혈관, 말초혈관 질환에서도 하이브리드 수술을 확대시켜 나갈 예정이다.
가천대 길병원 하이브리드 수술실 개소식 장면. 하이브리드 수술실에서는 진단과 치료, 확인이 원스톱으로 이뤄진다. 가천대 길병원 제공
가천대 길병원이 이번에 도입한 하이브리드 수술실의 핵심은 혈관 상태를 최고해상도 3D로 확인 가능한 혈관조영장치 ‘아티스 큐’다. 이 장비는 국내 최고, 최신 사양으로 환부를 절개하지 않고는 볼 수 없는 해부학적 정보를 최고 품질의 3D 화면으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수술 중 시야에 가려 병변 확인이 어렵거나 수술 중 혈관의 폐색·파열이 의심되는 경우 그 자리에서 3D 촬영을 통해 혈관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평가한다.
방사선 피폭량도 기존 장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해 환자 안전성을 크게 높였다. 하이브리드 수술실에는 일반 수술실에 혈관조영실이 있다. 환자 감염 방지를 위한 최상의 환경에서 수술을 하고 혈관 수술 중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도 원스톱으로 상호 호환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문제 발견 즉시 대처가 가능하다.
신경외과 유찬종 교수는 “하이브리드 수술실은 수술 안전성을 높여 환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